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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과 ‘날것’



박소영은 2003년 개인전(‘초록과 짐’, 갤러리 피쉬)에서 선보였던 하얗고 육중한 석고 덩어리를 3년 만에 다양한 색으로 치장하여 사루비아 공간에 드러냈다. 그때의 석고 덩어리를 합성수지로 캐스팅한 후에 자동차 우레탄 도료를 입혀, 전혀 치장되지 않은 ‘날것’ 공간에 생뚱맞게 여기저기 놓았다. 제각기 또는 셋이 모여 조형성을 드러내려한다. 이것들의 형태는 모호하다. 박소영이 지금껏 조각의 형태를 만들어오면서 가장 근원적으로 던진 화두는 모호성이다. 이 성질은 어떤 예측도 가능케 하는 물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에 그 본능은 박소영의 감각체계와 노동과 고민에 의해 아름다움으로 치환되면서 ‘치유, 서러움, 길들여지지 않음, 서글픔, 번뇌, 용기, 숨구멍, 덩어리’란 의미로 덧씌워진다.
돌덩어리에 불과한 형상에 작가가 진솔한 감성을 내어놓듯, 그 덩어리는 베일에 숨겨진 진실을 풀어가는 수수께끼 같은 다양한 표정과 형상을 머금고 있다. 드러낼 듯 말 듯한 ‘머뭇거림’의 제스처, 좀 더 지나친 해석을 하자면 그들은 유령들이다. 조각적 형태를 만들다만, 혹은 지나쳐간 그런 형태의 유령들 말이다. 그 유령들 사이로 관객들이 이리저리 돌면서 각자의 은밀한 혀를 내밀며 감춰진 ‘아름다움’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는 유희적 놀이를 한다면, 형상에 부여된 감성적 에피소드로 인해 충만한 장소로 전환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러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배경은 사루비아 공간만이 가진 정체성(텍스트가 쓰여지는 공간)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덩어리와 공간. 서로 이질적이면서 동질적인, 배반되면서 보충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작가의 의지에 따라 이 둘 관계의 정체성은 정형화될 수도 있고 느슨한 현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위치이동에 따라 덩어리들은 공간의 변주를 달리하며, 변주된 흐름에 따라 관객의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반면, 백색공포처럼 느껴지는 큰 덩어리(덩어리의 원론적 의미를 극대화시킴)의 응시로 인해 변주된 흐름을 긴장시키며 ‘치장’과 ‘날것’ 의미의 간극에서 보이지 않는 형상과 심리적 현상을 유추하게 한다.

이관훈 / 큐레이터,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일주일간

요즈음 일주일정도 석고 직조 작업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거칠게 형태를 만들고 직접 석고를 바르며 완성된 물건으로 진행이 됩니다.
피부처럼 고운 덩어리가 되려면 사포 60에서 180으로 400에서 1000까지 문지르며 단순노동이 반복됩니다.
마지막에 손잡이를 달기위해 석고 덩어리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 덩어리에서 그 구멍은 숨구멍이 되며 그 구멍은 줄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개를 만들 것인가, 몇 개의 구멍을 뚫어야하는가가 늘 고민입니다.
왜 짝수 보다는 홀수 쪽으로 기울어 지나요.
이것 또한 관념적일 텐데 말입니다.
더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노동은 형태를 만들고 형태는 미술을 만듭니다.
그것은 덩어리, 또는 형태, 또는 짐 정도의 제목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치유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서러움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길들여지지 않음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서글픔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번뇌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용기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숨구멍입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덩어리입니다

박소영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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