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ive

검색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me2day facebook


고풍스런 풍경 속을 거닐고 있는 오늘의 우리 : 신 풍속화-박영길의 춘풍행락도


풍속화는 인간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진솔한 표현으로 드러낸 사실적이며 기록적인 그림이다. 신석기의 유물이나 유적을 보면 당시 생활의 일부분으로 추정되는 어로, 사냥 등의 모습을 표현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고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나 농경문청동기에서 드러나듯이 이미 청동기시대에 인간 삶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당시의 풍속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풍속화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에도 풍속화는 왕족이나 귀족, 서민 등 계층을 망라한 사회 구성원의 생활상을 표현하고 기록하기 위하여 작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풍속화가 회화의 한 화목으로 자리 잡은 것은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라고 할 수 있는데 당대에는 화원 화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져 궁중의 각종행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록화가 발전하였다. 기록화에 있어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낸 군상표현은 당시의 시대 상황과 생활모습을 매우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기록화들은 사생을 통하여 현장을 실사하는 즉물사진(卽物寫眞)과 형상 묘사를 완벽하게 구현하고자하는 곡진물태(曲盡物態)의 창작태도를 통하여 그 회화적 가치와 작품성을 고취시켰다. 그들의 사실주의적 성향은 동시대성을 내포하였으며 이는 결국 당대의 사회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박영길의 작업은 이러한 풍속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시대 기록화에서 볼 수 있었던 풍속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거닐며 느끼는 것을 현대의 다양한 인물군상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풍속적인 요소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감성과 전통의 조화로 새로운 감흥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는 곧 또 다른 공감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풍에 있어서 그의 표현적 특징은 각기 다른 지역의 풍경 속에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행보를 배경의 동선에 대입하여 화면을 조화롭게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즉, 작가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불특정다수의 인물을 초대하여 자연스레 동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등장인물과 이질적인 배경의 조화를 통하여 하나의 통일된 화면을 구성하고 있으며 인물들의 상황에 따라서 실제의 경치를 재구성하고 차경을 도입하여 전체적인 화면의 조화로 귀결된다. 시선이 한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인상 깊게 느끼고 바라보았던 자연의 경관을 파노라마식으로 연결시키려 함에 있는데 이는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작품의 배경은 작가의 작업실 주변풍경에서 시작하여 서울근교인 서삼릉 주변에 있는 경주마 목장, 용미리 지역의 공동묘지, 강원도 영월의 동강풍경까지 지극히 평범한 공간들로 연결되어진다. 이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현장 속을 거닐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편, 서로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점의 화면을 전개한 것은 전형적인 원근의 관계로 볼 때 부적합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은 조선시대 기록화에서 인물들의 상황을 통하여 전체적인 화면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서 ‘전통적 형식 속에 현대적 표현’이라는 풍부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박영길은 그 기교적 표현에 있어서도 ‘공필’이라는 전통적 기법을 고수함으로서 ‘그리기’의 명분을 지독히도 고집스레 유지하고 있다. 비단, 회화나 예술의 의미가 기교적인 측면이나 전통적인 방향으로 국한되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있으나 ‘현대’라는 미명하에 ‘개념’이 난무하는 오늘날 화단을 볼 때 젊은 작가의 고집스런 집착은 갈채의 대상이 된다.

이 봄 춘풍이라....... 봄바람 속을 거닐며 고풍스런 현대적 차용의 아이러니를 느껴봄은 어떨까?
여러분 이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세요? 작가정보 페이지 이동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me2day facebook

댓글(0)

현재 0byte/ 최대 500 byte

등록

Quick Pag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