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ive

검색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me2day facebook

‘슬픈 열대’는 구조주의 역사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의 세상 읽기였다. 그는 독백처럼 자신이 마주했던 세상 이야기를 써나갔다. 마치 카메라가 바라본 세상처럼. 슬픈 열대는 우리의 문명을 돌이켜 비쳐주는 슬픈 자화상과 같다. 문명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고, 현대를 살아가는데 치러야 하는 비싼 삶의 비용을 말하는 것이다. 또 탐욕의 세상, 물질적 풍요의 세상이 결국 인류를 불행으로 몰아가는 비극적 파라다이스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 또 다른 의미의 슬픈 열대, 또 다른 모습의 세상이야기가 있다. 'Antistar'라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기본적으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네거티브(Negative)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는 박주욱이 있다.

 

박주욱의 Antistar는 타인의 삶을 추적하듯, ‘시뮬라크르로서의 작가-나무’가 존재하고, 소토의 부재를 특히 빈번히 등장하는 나무는 자기 존재의 본질을 묻는 상징이며, 사적인 대상-등장인물, 강아지-들은 현실의 단편을 통해 재현을 위한 가상의 대상을 개입시킨 것이다. 그것은 실재하는 박주욱과 가상으로 존재했던 ‘박주욱’이 공존하는 ‘동일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박주욱의 풍경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박주욱의 풍경은 현실을 재생산하는 작품이기에 보는 이들을 대상의 의미에 몰두하게 하는 속성이 있다. 박주욱의 ‘그리다’ 행위는 일상의 풍경이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동양적 사유의 선험적(先驗的)풍경이라는 것을 인식케 한다. 그것은 곧 박주욱의 풍경이 전시장에서 그림 속 이미지들을 향한 관계 항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가능태(可能態) 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전시를 바라보는 이들이 작품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대상의 의미 추적을 놓을 때,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 평안을 발하는 낯선 기억의 풍경을 일깨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작품 속에 현존 하는 박주욱의 반사상이 보는 이의 그것으로 환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일상의 의미를 채우는 것은 관객에게 주어져 있다. 대상의 의미보다 작가의 동인(動因)에, 전시장의 작품이라는 현존재 보다는 가능적 존재에 박주욱의 풍경은 놓여 있는 것이다.

 

박주욱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삶의 이면, 존재의 이면을 성찰하는 그림들이다. 캔버스 너머에 존재했던 것들이 세상 풍경의 조건이 되어 날아온다. 그리하여 우리를 찌른다. 그래서 아프다. 그리하여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그 무엇들이 얼마나 슬플 수 있는 것인지를 깨닫는다. 박주욱의 작품이 안겨주는 소중함은 이것이다.

 

강무성 / 이화익 갤러리 디렉터

여러분 이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세요? 작가정보 페이지 이동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me2day facebook

댓글(2)

현재 0byte/ 최대 500 byte

등록
slrzns 저기를 헤치고 나가면 마치 신세계가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2010.09.28 17:37:46
kim_042 인화되기전 슬라으드를 보는듯한 비주얼표현방식이 독특합니다. 사물의 본질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2010.09.28 10:29:51

Quick Pag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