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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전시제목 무릉도원 - Utopia 등록일자 2012.10.16
전시기간 2012.10.17 ~ 2012.11.02 전시장소 갤러리송아당

김신혜, the Alps, 장지에 채색, 53×45.5cm, 2012

김신혜, 무릉도원, 장지에 채색, 117×91cm, 2012

김신혜, the Alps, 장지에 채색, 162×390cm, 2012


김신혜 5th 개인전 - “무릉도원 Utopia” 


전시제목  |  무릉도원
전시작가  |  김신혜
전시일정  |  2012.10.17 ~ 2012.11.2
전시장소  |  갤러리 송아당


○ 평론

도시에서 발견하는 유토피아 속의 위안과 휴식
 
- 하계훈(미술평론가) -
 
발전과 개발, 현대화와 초고속화 등의 용어는 오늘날의 도시생활을 영위해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말들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생산과 효율을 지향하는 현대의 도시생활에 쉽게 어울리는 말들이며 이러한 수식어를 수반하는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와 보상이 따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을 받은 사람들과 옆에서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또다시 이러한 성과를 목표로 더욱 가속화된 경쟁의 장에 뛰어든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은 벽시계의 시계추처럼 한쪽으로 치닫기가 절정에 이르면 한 순간 멈추게 되고, 다시 반대편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속도와 발전에 도취된 의식이 어느 순간에 임계점에 이르면 우리는 다시 휴식과 여유,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개념인 치유(healing)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 쪽으로 치달으면 치달을수록 그 반대쪽에 대한 동경은 더 커지는 것이다.

김신혜는 오늘날 도시의 삶에서 무심코 일어나는 현상에서 이러한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발견한다. 개발과 도시화는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연을 만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수많은 생수병에 부착된 상표에서 발견한 자연의 이미지에 주목한다. 작가는 도시생활의 숨막히는 긴장으로부터의 탈출구로서, 도시의 대척점에 위치한 자연, 속도의 대척점에 위치한 여유, 소음과 공해의 대척점으로서의 청정한 물과 맑은 공기를 버려진 페트병에 부착된 상표 속의 이미지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김신혜의 작품 속에 펼쳐지는 장면은 장르상으로 정물화와 풍경화의 복합된 형태를 띤다. 작가는 평소 관심 깊게 수집해 온 생수병들을 관찰하여 그것을 공들여 그린 정물화처럼 정밀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풍경 부분에 있어서는 보통의 풍경화가와 달리 묘사 대상이 되는 자연의 풍경을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 작품을 제작한다. 화면의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투명한 페트병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그 병의 허리춤에 감긴 상표가 좌우로 펼쳐지면서 상표 속의 이미지를 화면의 공간 속으로 연장시키는 장면 속에는 높고 푸른 산, 강과 폭포 그리고 맑은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 등이 전개된다.
 
1970년대에 널리 실용화된 페트병 용기는 가볍고 투명하면서 물을 차단하는 기능이 우수하여 각종 음료수병 제작을 위해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공해와 수질오염 등을 의식하게 되면서 음료수를 상품화하기 시작하여 페트병이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발견되었는데, 결국 이러한 병들의 발견 빈도와 산업화, 도시화의 정도는 우리를 자연과 만나게 하는 빈도와 반비례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페트병 상표 속에서 자연의 광경이 펼쳐지는 현장을 자신의 작품 속으로 옮겨오면서 그렇게 옮겨온 화면 속의 공간을 유토피아(Utopia)로 상정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상상 속의 낙원 유토피아에는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는 공해, 가난과 기아, 총체적 사회의 몰락, 정치적 억압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토피아의 위치를 지도 위에서 짚어낼 수는 없지만 유토피아는 어딘가에 존재 한다거나, 아니면 존재한다고 믿어야 된다. 그래야 우리는 현실의 불안과 불편을 견뎌낼 수 있다. 영국의 소설가 토마스 모어가 대서양 어딘가에 있을 지상낙원같은 섬을 꿈꾸고 그 섬에 붙여준 이름인 유토피아는 이제 오늘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답답하고 자기소모적인 속도와 경쟁에서 탈출하여 안식과 위안을 얻기 위해 다다라야 할 마음속의 그곳이 되었다.
 
가속화된 도시화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으로부터 격리되어 아스팔트 문화 속에서 성장한 작가와 그녀의 동시대 사람들에게 산과 강, 푸른 숲과 맑은 하늘은 책 속에서나 TV 화면 속에서 존재하는 관념적인 것이었을 뿐, 좀처럼 직접적으로 만져보고 그 속에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도시인들이 일 년에 며칠 주어지는 휴가 기간에 애써 찾아가는 곳은 결국 우리의 의식 속에서 자석처럼 우리를 끌어당기는 유토피아의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신혜가 이러한 유토피아적 자연을 끌어내어 그것을 자신의 화면 속에 묘사하는 방법은 독특하면서도 차분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모티브를 제공하는 생수병을 폭넓게 수집하여 그 가운데 조금이나마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치유해줄 수 있을 것같은 이미지를 도출해내고 그것을 화면에 펼쳐지는 산수화 형식으로 전개시킨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캔버스 위에 장지를 덧댄 화면에 수묵화의 기법으로 대상을 묘사한다. 묽은 묵선을 반복해서 적용하면서 유토피아를 상상해가는 작가에게 화면은 어느새 현실의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을  넘어서 광대한 우주와 같은 초월적인 공간, 혹은 그만큼의 상상력을 담아낼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된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장지와 분채를 이용하여 현대 산업화의 산물 가운데 대표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들어와 있는 페트병을 그리는 작가로서 김신혜의 정체성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의 소재로 보아 이러한 작품들은 팝아트 계열의 가볍고 반복적이며 화려한 이미지들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김신혜는 오히려 대량생산되어 우리의 주변을 차지하고 더 나아가 환경오염, 재활용 등의 실생활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소재에서 현대의 도시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식과 치유를 향한 유토피아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작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김신혜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는 관람객들은 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접해 온 평범한 음료수 병으로부터 꿈처럼 풀려나오는 자연의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휴식과 위안의 호흡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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