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ive

전시정보

전시제목 Faction 등록일자 2010.12.17
전시기간 2010.11.24 ~ 2010.12.22 전시장소 솜씨

팩션(faction) = 사실(fact) + 허구(fiction)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작가 3인의 그룹전 사실 같은 허구와 허구 같은 사실이 뒤섞여 있는 현실의 재발견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팩션(faction)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창작자의 상상력을 덧입혀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네이버 백과사전 팩션 항목 참조)
솜씨의 전시 'faction'은 그 사전적 의미처럼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작가 3인-신지선, 예기, 한수옥-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들은 시각 이미지에 문자(텍스트)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사실과 허구 사이의 흥미로운 사이 지점들을 탐색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신지선은 아파트 투어 프로젝트 중 <세인트 진 포트 졸리(Saint Jean Port Joli) 관광가이드>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캐나다의 퀘백에 위치한 세인트 진 포트 졸리라는 지역 내의 쓰레기통, 나무 등과 같은 소소한 사물들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전혀 다른 이야기와 의미를 부여한 이색적인 관광가이드 책자를 제작하였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관광가이드 책자라는 형식을 빌리되 허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설이 있는 작가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미지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나 문자가 가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하여 기존의 통념-이미지는 우리를 오도하기 쉬워 믿을 것이 못 되고, 문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이기에 신뢰할 수 있다-을 유머러스하게 전복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관람자는 실존하는 사물들, 곧 사실을 가상의 이야기, 곧 허구에 기대어 파악하고 인지하는 기이하면서도 유쾌한 관광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전략은 예기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기는 파리에서 거주한 3년 동안 자신의 집과 마주한 이웃 건물을 엿보면서 촬영한 사진 작품인 <르 페브르가의 극장, 3년> 연작을 전시한다. 작가는 건너편 건물의 테라스 공간을 ‘르 페브르가의 극장’으로 명명하고, 이 극장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이 작품들에서 사진 그 자체는 현실의 순간들을 객관적으로 증거하고 있지만, 작품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 주지 않는다. 이름 모를 이웃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사진이 포착한 그들의 상황에 대해 자신의 상상력을 덧입힌 텍스트를 첨가함으로써 작가는 이 사진들을 자신의 주관적인 맥락 속에 새로이 위치시킨다. 관람자는 이제 사실의 기록물에서 작가의 새로운 ‘판타지 연극’의 한 장면으로 그 존재의 위상이 달라진 사진과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한수옥은 사실과 허구의 관계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보여준다. 그림책의 형식을 빌린 작품 <아무도 모른다>는 분홍색 돌고래와 이 돌고래로 가장한 기계 돌고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보고 인지하는 현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더 나아가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이 오히려 사실을 오도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관람자에게 던진다. 우리는 흔히 사실과 허구는 정반대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에 참여한 이 세 명의 작가-서지선, 예기, 한수옥은 작품을 통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라는 것이 얼마나 희미하고 미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이 그 경계를 이처럼 수월하고 유연하게 넘나드는 것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그만큼 모호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사실의 표피에 약간의 허구적인 붓질을 보탬으로써 이들은 사실 같은 허구와 허구 같은 사실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현실을 재발견하고 숙고하게 한다. 빛만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는 빛의 존재를 알 수 없고, 어둠만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는 어둠을 지각할 길이 없다. 어둠과 빛이 함께 있어야만 양자 모두가 인지되어 비로소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사실과 허구 역시 모두를 고려할 때에만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사실을 구태의연하게 중언부언하지 않으면서도 허무맹랑한 환상에 빠지지 않는 미덕을 발휘하여 사실과 허구를 솜씨있게 안배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적실할 수 있는 것은 예술 고유의 특권이자 힘이라는 점을 이들 작가들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문의처
02-2637-3313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facebook twitter me2day
인쇄하기
목록
다음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덧글(0)

현재 0 byte / 최대 500 byte

등록

Quick Pag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