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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전시제목 水聲十景(수성십경) - In between times- 장민승 展 등록일자 2010.11.10
전시기간 2010.10.20 ~ 2010.11.27 전시장소 아트라운지 디방



     
  
   옥인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바라본 인왕산의 풍경
ㆍ17세기 겸재 정선이 바라본 수성동과 2010년 예술가가 바라본 수성동의 조우
ㆍ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만나는 초현실적 풍경 <수성십경(水聲十景)>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자신의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장동 일대를 화폭에 담은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을 남겼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중 한 폭으로 현재의 옥인 시민 아파트 일대를 그린 <수성동(水聲洞)>이 나라 안의 모든 매스컴에 일제히 등장했다. ‘물소리가 아름다운 계곡’이라 하여 ‘수성동(水聲洞)’이라 불렸다는 인왕산 자락의 계곡에 들어선 옥인 시민 아파트를 철거한 후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그려져 있는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자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9월부터 장민승은 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옥인시민아파트를 찾아 그의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아파트 외벽 곳곳에 쓰여 있는 ‘철거’라는 붉은 글씨, 검게 뚫린 채 속을 드러낸 창문들, 급히 몸만 빠져 나간 듯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가구들... 짐작만으로도 거칠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철거 현장에서 사계절이 지나고도 남을 만큼의 작업 기간을 보낸 후 그는 <수성십경>을 내놓았다.

장민승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한참을 머뭇거렸다. 당연히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피폐한 삶의 흔적이나 분쟁의 상황들이 읽히지 않았다. 사람이 떠나간 빈 공간 안에 겹쳐진 자연 풍경, 그 풍경에서 들인 빛이 온기가 빠져 나간 폐허의 공간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파헤쳐져 시멘트가 다 들어난 바닥과 유리조각은 그저 그곳에 놓여 있었던 듯 고요한 느낌마저 들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법한 낯설고 기이한 풍경이었다. <수성십경(水聲十景)>이라는 작품의 제목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던 것 같다. 일 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곳을 드나들며 작가가 담고자 했던 것은 삶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는 철거 현장이 아니라, 정선이 자신의 작품에 담았고 이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을 인왕산의 풍경이었다.

작품의 배경인 옥인시민아파트는 낡은 한옥을 철거하고 서구식 공동 주택을 보급하기 위한 서울시의 1세대 도시 정비정책으로 1971년에 완공되었다. 조국 근대화의 논리가 가득했던 시절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금으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인왕산 자락의 커다란 암반과 계곡 위에 그야말로 놓여지듯 들어서서, 계곡의 물과 암반, 나무들을 제 집 앞 베란다며 마당인 듯 그대로 끌어 담고 있었다. 장민승도 물론 그 곳에서 일순간 무너져버린 절박한 삶의 현장을 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작업 과정에서 남긴 여러 컷의 스틸 사진에는 순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현장의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는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들을 압도하고 그의 눈에 포착된 것은 지난 40년의 세월이 축적되어 있는 빈 공간에 중첩된 인왕산이라는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작가에 따르면, <수성십경>은 ‘철거 중인 옥인시민아파트 9개동 291세대 중 특정한 10세대의 내부를 포착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큐멘터리적 대상들이 최대한 배제된 특정한 공간을 선택하여, 내부의 벽지와 같은 내장재에서 보여 지는, 인간에 의해 규칙적으로 양식화되어 재현된 자연과 열린 창문 너머의 순수 자연이 중첩된 혼재적 상황을 대형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했다. 결과적으로 60인치가 넘는 대형 사진은 생물학적 시각성의 한계를 초월한 섬세한 재현을 통해 회화적이고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장민승의 <수성십경>은 단순한 기록 차원의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장소에 대한 주관과 주제 의식을 통해 공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렌즈에 비친 시간의 층위와 그 속에 담겨 있을 수많은 사연들을 개인의 역사적 사실이 아닌 미학적, 감성적 대상으로 전환하여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전소록

*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의 후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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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79-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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