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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전시제목 공중에서 태어나다- 김소연 展 등록일자 2010.10.08
전시기간 2010.10.06 ~ 2010.10.19 전시장소 포스코미술관



공중에서 태어나다

김소연 개인전


포스코미술관_POSCO ART MUSEUM 서울 강남구 대치4동 892번지 포스코센터 서관 2층 

김소연의 작업들은 포착하기 어려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꾸준히 다루어왔다. 긴장 속에서 위태롭게 지속되는 심리적 흔들림, 근원을 알 수 없이 증폭되는 두려움의 감정은 그의 작업을 형성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김소연은 합리적이고 명증한 언어로는 붙잡을 수 없는, 실용적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영적인 실체에 대한 관심을 견지해왔고, 그러한 특성은 근작들에서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실체의 확실성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만 포착할 수 있으며, 물질로서 구축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향하는 여정은 바닥 없는 공간을 걷는 것과 같은 불안과 의심, 공포를 동반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물리적 현실과 영적 현실 두 사이의 괴리와 긴장 속에서 발현된다. 김소연의 작업들은 그간 이러한 불안을 근저로 하여, 그가 직접 경험하는 심리적 여정 속에서의 위태로운 실존의 여건들을 마치 상황극과 같은 장면을 통해 암시적으로 표현해왔다. 코드가 뽑힌 전선, 새를 잡는 손, 위장된 동물, 바위산을 이고 가는 낙타와 같이 꿈 속 장면과 같이 모호하지만, 불안 속에서도 그가 영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실체의 단편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공작과 눈,60.5cm*75.5cm, 캔버스위에 혼합재료,2010


무제 3, 60.5cm*75.5cm, 캔버스위에 혼합재료,2010

 

이번 전시에 출품된 새로운 연작들은 주로 백과사전과 같은 도감에서 차용한 동물과 곤충 이미지들에서 시작되었다. 포유류, 파충류, 조류 등 다양한 동물 이미지들은 과학 서적의 삽화와도 같이 정밀하게 세필로 그려지거나 매우 엉뚱한 조합으로 콜라주 된다. 이러한 동물들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특정한 상징성을 내포하기 보다는 연상에 의해서 선택되고 구성되었다. 말 잇기 놀이처럼 연결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무의식 저변에 감겨있는 실선들을 의식의 표층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결과는 비논리적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심적 실체가 가시화된다. 인체의 장기와 같은 유기적 이미지들과 야생 동물 이미지들의 결합은 매우 생경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면서, 평화롭고 안전한 일상적 현실과 다른 차원의 또 다른 현실을 갑작스럽게 제시하는 듯하다.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콜라주 작업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작업들은 도감 이미지들의 현실성과 그들이 놓여진 맥락간의 부조리함으로 인해 심리적 충격을 야기한다. 촉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인 동물 털의 세부묘사와 원색적 색채는 보는 이의 신체적 감각을 직접 건드림으로써 부조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러한 심리적 충격을 통해 물리적 현실과 영적 현실 사이의 측량할 수 없는 깊이의 균열과 틈새가 노출되는 것이다.



무제, 390cm*162cm, 캔버스위에 오일,2010


토끼,48.5cm*65cm,종이위에 콜라쥬,2010


지적인 눈,27cm*30cm, 종이위에 과슈,2010


타투,120cm*140cm, 캔버스 위에 오일,2010


 

최근작에서 김소연은 끝없는 미궁의 심리적 여정 속에서 보다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한 듯하다. 도착할 수 없는 목적지가 야기하는 두려움 보다는 여정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 작업으로서, 이전 작품과 달리 사전에 계획된 상징이나 암호들을 조합하여 연출하는 것 아니라, 다분히 오토마티즘적인 연상 작용에 의거하였다. 그러므로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형성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 형성과정에 동력이 되었던 것은 역시 불안이라는 감정이지만, 근작들에서 그것은 절망과 회의로 귀착되지 않고 작품이 진화되는 과정을 이끄는 창조적 주체가 되었다. “공중에서 태어나다”라는, 매우 암시적인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소연은 이번 전시 작품들을 통해 그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잉태된 무엇인가를 펼쳐 보이고 있다. 불안 속에 함몰되기 보다는 그것과 공존하고 스스로의 심적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그가 분열적인 파편들을 조합시켜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이미지들은 접합되고 뒤섞여서 기이한 생물 같은 새로운 존재를 형성하였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제2의 탄생>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새 연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중앙의 자궁 형태 안에 미지의 생명체 같은 형상이 자라면서 잉태를 준비 중인 듯하다. 회의에 가득한 채 우회하는 상황을 드러냈던 김소연의 지난 작업들과는 달라진 방향의 자의식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러한 제2의 탄생 이후에 또 다른 제3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이 아닌, 살아있음의 증거이자 미지에 대한 기대의 또 다른 얼굴로서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은주 (독립 큐레이터,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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