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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전시제목 노신경展 / ROSHINKYOUNG / 盧信更 / painting 등록일자 2010.09.08
전시기간 2010.09.08 ~ 2010.09.13 전시장소 가나아트 스페이스(GANAART SPACE)

일상을 통해 접근하는 한국미의 본질-노신경 신작전에 부쳐
● 현대미술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 할 것이다. 이미 고전적인 회화의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문명의 첨단 성과까지도 예술의 영역으로 수용하며 현대미술은 대단히 다양하고 다변적인 표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개방적인 추세는 전통적으로 양립되고 있던 동서미술의 경계는 물론 장르의 구분마저 해체시키며 복합적인 융합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개인의 개별적인 감성과 개성은 무제한적으로 발산되어 표출되고 있으며, 이를 규정할 특정한 이념이나 규율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방함과 첨예한 실험성은 상대적으로 교조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지닌 전통회화 분야에 있어서는 하나의 도전이자 자극이며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로 읽혀진다. 그것은 바로 전통과 현대, 혹은 특수성과 보편성 같은 해묵은 화두와 연계된 민감한 것이기도 하다. 두터운 한지나 천에 갖은 색실들이 어지럽게 박음질 된 작가 노신경의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신경_PIECE & PIECE_장지에 채색, 바느질_97×130cm_2010

 

● 초기의 조각보 작업에서 비롯하여 근작에 이르는 과정은 몇 차례 기억할만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다. 초기의 조각보 작업들은 전통, 혹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지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소재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어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재발견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상대적으로 피상적인 접근과 이해가 여실하던 초기 작업에서 벗어나 작가의 작업이 개별적인 특질과 주관적인 조형이 반영되어 표출되기 시작한 것은 조각보라는 기성의 형태미에서 벗어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형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바느질이라는 행위의 재발견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신경_PIECE & PIECE_장지에 채색, 바느질_97×130cm_2010


본래 바느질은 실용을 전제로 기능적인 숙련이 반영되는 공예적인 성질을 지닌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통해 이루어진 조각보의 심미는 실용적인 것을 넘어 독특한 조형적 특질을 이루어낸다. 특히 비정형의 천 조각들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색 면의 조화는 현대미술에서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혹자는 조각보에서 몬드리안을 발견했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만약 작가의 작업이 이러한 조각보 고유의 심미특질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에 그친 것이라면 그 의미는 사뭇 감소되고 말 것이다. 작가가 조각보라는 기성의 정형화된 전형에서 벗어나 그것이 지니고 있는 특정한 요소를 발현하여 개별화함으로써 작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비정형의 분방한 자유로움과 무질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조형적 질서의 구축이다. 이는 우리미술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과 연계되는 것일 뿐 아니라 작가의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가치라 할 것이다.

 


 노신경_PIECE & PIECE_장지에 채색, 바느질_91×116.7cm_2010

 


노신경_PIECE & PIECE_장지에 채색, 바느질_91×116.7cm_2010

 

두터운 한지, 혹은 천을 이용한 작가의 작업은 분방한 재봉질의 흔적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것은 손에 의한 수공적인 것이 아니라 재봉틀을 이용한 기계적인 것이다. 재봉틀에 의한 기계적인 선의 본질은 직선의 정연한 질서를 지닌 것이지만 작가는 이를 비정형의 곡선으로 수용함으로써 그 성질을 변환시키고 있다. 그것은 특정한 법칙이나 규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며 순간적인 선택과 행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찬라적인 것이다. 색실들은 동일한 간격으로 나열되며 선의 성질을 드러낸다. 마치 전통회화에서의 필선과 같이 화면 전반을 아우르는 색실로 이루어진 선의 성질은 모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것은 필선과 같이 강약이나 농담을 지닌 것이 아니라 무표정한 기계적인 얼굴을 지니고 있다. 직선으로부터 비롯되어 곡선으로 환치된 이러한 선들은 그것이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선택을 통해 작가의 호흡과 조형의지를 반영해 내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일종의 필선의 확장이자 새로운 해석이라 할 것이다. 이에 이르면 작가의 작업은 굳이 동양화, 혹은 서양화로 구분 지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것은 극히 전통적이며 여성적인 상징과 은유를 지닌 바느질이라는 명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순수한 조형의 개별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의 물리적인 장르 구분이 아니라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발현해 내고 있는 심미의 핵심적 본질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조각보에서 비롯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작용되고 있는 한국적이라는 추상적인 가치와 이를 통한 작가 자신의 정체성 확인으로 귀납될 수 있을 것이다.



노신경_PIECE & PIECE_장지에 채색, 바느질_91×72.7cm_2010
 




노신경_SEWING MACHINE_가변설치_2010

 

사실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인 지필묵에 의한 표현과는 일정한 거리를 지닌 것이지만, 작가가 줄곧 추구하는 가치는 오히려 극히 전통적인 것이라 여겨진다. 한지를 비롯하여 천연염료의 사용이 그러할 뿐 아니라 조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순간적이며 무작위적인 비정형의 화면이 그러하다. 조각보라는 형상에서 벗어나 도시, 혹은 특정한 사물을 바느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표현해 내는 변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지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화면에서의 형상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점차 감소되고 제한될 뿐 아니라 색 실들에 의한 선의 운용은 마치 드로잉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애됨이 없는 분방하고 자유로워지고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이제 비로소 조각보라는 전통적 소재의 그림자와 형상의 제약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조건과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바느질이라는 도구적 수단을 통해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선험적인 경험들과 기억의 편린들, 그리고 조형이라는 학습된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내는 자신만의 화면과 대면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민감한 감수성을 전제로 내밀한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는 것이다. 장르의 구분과 형상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작가는 새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그것은 자신의 진솔한 투영을 통해 확인된 한국적이라는 정체성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어지럽거나 쉽게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작업에 대한 기대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시작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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