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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화된 바리케이드 barricade in image
 
길을 걷는다. 그저 평범하기만 한 주변의 풍경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풍경은 익숙하지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그것은 마치 주변의 다른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존재했으나 사라져버린 혹은 지금 존재하지만 사라질 풍경들 사이로 끊임없이 새로운 풍경이 들어서고,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느 새 서로의 친밀함을 잃어버린 채 단지 개별적으로만 존재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몇 년 전 버스를 타고 어느 공사현장 앞을 지나칠 때였다. 거대하고 육중한 푸른 천으로 뒤덮인 철거현장 앞에는 커다란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매번 버스 안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며 고민하곤 했다. 그 고민은 너무나 평범한 풍경이지만 왜 그것이 우리에게 평범하게 다가와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구체화되었다.그 때 내가 주목했던 것은 그 바리케이드에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그것은 나무와 산, 호수, 무지개와 같은 것들로 구성된 그림이었는데, 썩 잘 그린 것은 아니었다. 그림이 그려진 철제 바리케이드는 그 너머의 철거현장을 가리기 위한 푸른 천막을 또 다시 가리고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그 현실의 중간에 있는 그림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와 푸른 천막의 폐허 사이에는 바리케이드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의 중간에 존재하는 풍경이 가져다주는 경험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사실과 가상의 경계에 있는 중간의 풍경들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일상의 도시와 잠시나마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사이에서 이미지화된 바리케이드, 사라진 주거지와 곧 생겨날 주거지 사이의 시간이 정지된 장소, 도시와 자연 사이에서 허락되고 대체된, 인공적이거나 혹은 너무나도 정교한 자연기물들. 그것들은 모두 우리의 모호한 인정을 받고 있는 중간의 풍경들이다.
우리가 말하는 풍경의 본질이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우리는 그저 주변의 건물과 나무, 그리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가리켜 풍경이라고 말할 뿐이다. 다소 추상적이긴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경이라는 단어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다. 그것은 매우 감상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것으로서 종종 뚜렷한 형태를 갖추곤 한다. 그렇게 사람들 안에 존재하는 풍경이란 결국 과거의 기억들을 재구성한 것일 뿐이다. 반면 현실이라는 그 거대한 경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보이는 것들은 풍경이면서 동시에 풍경이 아닌 것이 된다. 그 안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연관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주변의 경관들은 유사한 풍경으로서 우리에게 모호한 인정을 받게 되고, 그 순간 우리는 이 풍경이라는 시스템 안에 존재하게 된다. 애매하게도 우리는 중간의 풍경 안에 끼어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공원과 같은 공공의 장소에서 관찰되는 대상들을 담고 있다. 사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원칙이 통용되는 풍경의 경계 안에서 나는 오로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던 풍경을 온전히 외부로 재현하고 있다. 현대의 풍경은 매우 복잡하다. 그것은 스스로 변화하면서 또한 우리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려낸 대상들처럼, 이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게도 중간에 존재하는 모호한 우리 인정의 대상이다.
 
안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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