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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의 완벽한 재현에서 카오스적인 평면으로
머리카락은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아름다움이 아닌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세경의 머리카락 작업은 이렇게 극단적인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찰나에 주목하며 머리카락을 바라보는 시선의 아이러니에 대해 말해왔다. 작가는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도자기와 식기, 타일, 카펫과 같은 공예품 위에 머리카락으로 정교하게 문양을 재현하고, 또 박물관 안의 유물처럼 전시함으로써 착시 효과를 유도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에서는 그 동안 작가가 많은 문양을 연구하며 사용해 온 요소들을 한 화면 안에 뒤섞는다. 칩보드판 위에 평면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머리카락 본연의 물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요소들 간의 관계에 집중하게 한다.
 
머리카락처럼 얽혀있는 문화 지형
그의 작업에 나타나는 문양들은 모두 역사적 자료에서 찾은 것들이다. 독일의 마이센 도자 문양이나 러시아 구성주의의 기하학적 도형, 네덜란드나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 무늬, 중국과 한국의 공예, 회화 등이 그 예다. 연작의 각 작품은 동양과 서양, 시대를 막론한 여러 요소들이 흐트러졌다가 다시 절묘하게 만나는, 일종의 ‘카오스’적 상태를 형상화한다. 이는 하나의 문양이 형성되기까지의 실제 과정과 복잡한 역학관계를 암시한다. 유럽의 ‘전통’ 문양들 중에는 과거에 중국에서 유입된 것이 많고, 역으로 그것이 동양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문화의 상호성, 역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종교와 세속의 순환
작가는 작품을 위해 인모를 구입하다가 유럽에 수입되어 가발에 사용되는 금발 인모가 인도 여성들이 소원을 비는 의미에서 사원에 바친 머리카락을 염색한 것임을 알게 됐다. 이 점에 착안한 사진 작업에서는 한 동남아시아의 힌두교 여성의 머리카락이 금발에서 흑발로 염색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또한 전시장 바닥에 설치될 카펫은 인도 여성들이 신앙심을 표출하기 위해 매일 아침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검은 카펫 위에유럽에서 구입한 금발 인모(인도에서 유럽으로 수입되어 가공된)를 뿌려 문양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동양에서의 종교적인 대상이 국제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전용되고, 또 작가 스스로처럼 이를 다시 예술적인 맥락에서 사용하기도 한다는, 동시대적 순환 관계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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