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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을 묻는 하나의 질문, 어디로 가십니까?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나는 네가 버린 로마로 간다. 가서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매달릴테다!”

 

 

봄 개인전과 이 전시는 완벽히 한 몸이다. 그는 봄 개인전에서 신천지와 그 곳으로 항해하기 위한 거대한 배를 구상하고,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는 일종의 모델하우스 개념을 설정했다. 거기에 등장한 배는 이미 항해중인 배였지만, 그들이 떠나게 된 시발점을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작업해 온 배 연작의 미학적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그 구체성은 항해일지에 또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유토피아, 그 권태의 신천지를 두고 전진파와 회항파가 갈등과 소요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어느 일상을 빠르게 스케치했다. 조각가 임승천은 이 상황을 단지 조각적 조형에 한정하지 않고, 서사적 풍경을 오버랩시켜 마치 연극과 영화장면을 상상케 하는 공간연출을 시도하여 관객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시나리오와 사진작업을 전시 공간 속에 별도 섹션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번 전시는 배 연작 중에서 결구에 해당하는 전시라 볼 수 있다. 그가 처음 짓기 시작한 배의 형상은 ‘큰’ 배 이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갑판위에 집을 지어놓은 형국이 어떤 결단의 항해를 시작하는 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이 특이점이다. 하지만 이 배는 항해과정에서 머리가 셋인 배로 둔갑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방향타를 제시하지만, 배는 결코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자기모순에 처한 상황이다. 자치와 생태공동체로 자기 확장을 거듭하는 이상적 사회를 구상했던 사람들은 지향(이념)의 꼭지점을 통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종국엔 서로의 갈 길을 ‘셋’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 것이다. 완벽한 수의 개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의 질문은 곧장 이상적 사회를 건설하며 신천지로 간다는 희망이 현실화되었을 때의 의구심을 동일하게 질문한다. 그 긴 항해에서 그들이 맞닥뜨리는 것은 막연한 환상에 휩싸인 공포와 극한에 이른 심리적 스트레스이다.

임승천은 조형적 맛이 독특한 기존의 배 작품을 보강하였고, 새롭게 새끼고래를 등에 업은 고래를 등장시켰다. 고래의 몸 곳곳에 깊숙이 박힌 작살은 이번 전시의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매우 강력한 상징물이다. 그는 전시장을 어둡게 한 후 몇 개의 조명만으로 배와 고래를 비추는 드라마틱한 연출을 구사하고 있다. 둘 사이의 거리도 충분히 멀리하고, 상처 입은 고래의 음산한 울음을 틀어놓았다. 관객은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괴상한 배와 마주할 것이다. 거대한 배 위에 봉천동 달동네를 연상케하는 집들과 갑작스런 신천지의 항해스토리에서 최근 개봉한 노아의 방주를 떠 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희망의 색채와는 하등 관계없어 보이는 잿빛 풍경에서 음울한 현실이 가라앉은 물밑 숨막힘을 체험할 수도 있으리라. 어둠의 통로를 따라 전시장을 걸어 들어가면 저 멀리 시커먼 무엇이 보인다. 고래다. 고래는 선상위의 사람들을 극심한 공포로 몰고가는 ‘괴물체’이다. 괴물체의 출현으로 시작된 일상의 소동은 급기야 고향으로 회항을 꿈꾸는 일군의 사람들을 일종의 ‘쿠데타’ 세력으로 만든다. 그 과정의 장면을 전시장 한쪽에 설치된 시나리오와 인물사진작업, 철수와 영희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볼 수 있다.

회항파는 이렇게 반론한다. “소위 이 전진파라는 것들이 여러분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해주리라고 믿습니까?” 이것은 희망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가를 되묻는 말이기도 하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이 기다림은 끝이 없다. 모든 것은 실존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닌 ‘나’의 실존을 묻는 일이 곧 희망을 찾아가는 일과 동의한 것이란 얘기다. 이 이야기의 에필로그는 비 개인 하늘, 먼 바다에 무지개가 뜨고, 철수와 영희 그리고 아이들이 언덕 밑 골목으로 내려가는 모습이다. 시나리오를 쓴 윤돈휘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크레딧 효과음으로 쓰고 있지만, 짐짓,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는 다시, 영화 <비포더 레인before the rain>과 다를 바 없이 돌고돈다. 우리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시간의 뱀이다. 이 윤회의 알레고리를 어떻게 끊어 낼 것인가하는 것이 삶이요, 현실이다.

임승천의 배는 적도 부근의 태풍을 피해가다 미얀마 인근 공해상에서 엔진고장으로 정박 중이다. 어쩌면 모든 삶은 이렇듯 불가사의한 영토에서 닻 하나 없이 정박중이지 않을까. 그 모습은 반세기 이상 섬으로 고립된 남한을 닮았고, 남북의 영토를 버리고 제3지대를 선택했던 『광장』의 이명준을 닮았다. 임승천은 21세기 남한의 사회에 이렇듯 ‘당신의’ 실존을 묻는 물음하나를 던지고 있다.


김종길 / 미술평론



프롤로그


비오는 밤
3호 1섹터 함교에 작은 뗏목이 내려지고, 마지막 탈출을 결행한 빠삐용처럼 3호를 향해 외치는 이씨

이씨:(3호 함교를 향해) 내 당신들 이딴 식으로 똥고집 부리다가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 날수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질꺼여~ 썅! ”

이씨, 주머니에서 손톱깎이를 꺼내 바다로 내던 지고, 실성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웃는다.
으 하하하하! 소리와 함께 바다멀리 천둥번개가 몰려오듯 하늘이 번쩍이다, 페이드아웃.
쾅! 천둥소리와 함께 쾅!
세계지도 위를 움직이는 한 점. 3호의 행로가 나타나며 페이드아웃.

타이틀 '3호'
마치 STARWARS 의 인트로 처럼 스크롤 되는 텍스트
'현재 대륙을 이탈한 3호 주민 들은 본국으로 부터 무국적자로 분류되어 3017명 전원이 주민등록이 말소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 주지 않고 자국 영해로의 접근을 금지시킨다.
적도 부근의 태풍을 피해가다 버마 인근 공해상에서 엔진 고장으로 정박하게 되는데...

씬1.'3'호 마을회관 앞 이른 아침 /
왜애앵~~ 회의 소집을 알리는 동네이장 스피커.
무표정한 찍사 김씨, 마을 회의 장 주변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씬2. 마을 회관 /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
점프컷으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올 때 마다 셔터소리와 함께 화면 캡쳐 .

달마슈퍼 구씨:아 글쎄 이젠 어떡하냐구. 이씨가 곤조를 부리고 가는데는 이유가 있어, 3호는 못가고 있는게 아니라 안가구 있는 거라구. 그 귀한 손톱깎이도...(찰칵!)
김여사:에휴..쯧쯧..이를 어째..본국에 다시 돌아가면 옥살이 한다는데...(찰칵!)
소와정 김씨:아 자네도 눈만 뜨면 부산으로 회항 하자고 노래 노래 부르지 않았나. 지금 중요한건 외려, 그 손톱깎이야..인생 참 우습지...(찰칵!)
닥터 박:손톱깍이가 그렇게 큰 문젭니까? 이 판국에? 평의회에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처음에 인천항을 떠날 때 이 정도 고생 쯤 다들 각오 하지 않았나요? 신천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찰칵!)
나샤린:아..근데요..지금 2섹터 정화조가 막혀서요. 지금 오물배관이 막혀서요. 당장 정화조 보수 공사를 안하며는 누군가는 똥물 벼락..(찰칵!)
박경자 목사:똥 물이 지금 문제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이 핍박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40년 동안 광야를 해멜 때..가나안..(찰칵!)
한의사 노씨:그 레파토리만 장장 4년이요. 맨 날 쇠귀에 경이나 읇지 마시고 구체적으로 똑부러지게 말해봐요. 부산으로 배를 돌릴 건지, 이 꼬라지로 그냥..(찰칵!)
기계실 주형도:아..그러니까 기계실은 좀만 더 기달려 보슈....저놈에 제네레다만 복구되면..(찰칵!)
전기실 주거도:그러니까, 제탓이 아니라니까...손톱깎이가 없는게 큰 문제라니까...니미~ 젠장할..손톱 땜에 신경 쓰여서 기판을 수리할 수가 없어...형님은 왜 맨날 남탓만...(찰칵!)
소설가 윤씨:욱~우왝~~어이구 아침까지 먹은 술이 안깨서... 구씨 아저씨, 에탄올 쐬주가 장난 아냐. 저는 중앙선실가서 좀 자야겠어요. 미안, 우왝~ (찰칵!)
마을버스 김씨:잉? 내 정신좀 보게나...지두 지금, 가봐야겠슈. 배차시간 오바 됐네. 그려.. (찰칵!)
조각가 임씨:어이 윤씨! 이런 빌어먹을 자식...지금 잠이오냐! 이 판국에!, 어이 김씨 아저씨도 어디가! 일루와요, 얼렁!..(찰칵!)

조각가 임씨의 삿대질하는 때가 꼬질한 손가락 끝으로 이동하는 카메라, 찰칵! 하는 순간 먼 바다에 괴물체 cut-in////////////

씬3. 다시 마을회관 밖 /
카메라 액정을 다시 확인하는 찍사 김씨, 임씨의 손가락 끝에 찍힌 괴물체를 보고 있다.

찍사 김씨:(액정의 화면을 확대 시키며) 어!... 이게 뭐야...

음산한 사운드와 함께 망원렌즈를 땡기는 찍사 김씨.
점점 줌인되는 괴생명체 p.o.v. ( POV: point of view 영화적 시점 )
하늘에는 초고속으로 다시 몰려드는 먹구름. 먼바다에서 번쩍 하고 번개가 치고, 얼어붙은 찍사 김씨의 얼굴위로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C.U 천둥소리... 쾅! C.U ( Close-up )

씬4. 낙산공원 언덕 꼭대기 /
망원렌즈 p.o.v

조각가 임씨:저거...잠수함이야, 그냥 암초야..뭐야..도데체..
닥터 박:(카메라를 빼앗으며) 이리 줘봐..

마을 회관의 주민들 찍사 김씨의 주위로 몰려든다.

기계실 주형도:(자신의 망원경으로 괴물체를 보며) 아,좀 조용히들 해봐봐 알지들도 못하면서.. 내가 해군 나왔잖어. 대양해군..저건 러시아산 크루저급...
전기공 주거도:(주형도의 망원경을 뺏어 보더니) 형님.. 해안 방위도 대양해군이냐?
저건 공해상에 출몰하는 동남아 애덜 해적선이야..우리 빨랑 토끼지 않으면..
나샤린: 뭐, 껄핏하면 동남아래..저게 어째서 해적선 이예요. 만약에 해적선 맞다 쳐요.
우리가 쪽수가 몇인데 도망을 가요..뭐 내가 그냥 암초구만...
한의사 노씨:그래..내 말이 그말이야..우리 쪽수나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세계각국이 우리를 국외자에다가 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섬나라나 잠재적 적성국 쯤으로 알고 있단 말이지. 저기 바다위로 불룩 솟은거 보이지? 저건 잠수함 함교가 맞다구. 어뢰 맞고 다들 물귀신되기 싫으면 빨리 투항의지를 보이던지 조치를 취해야되...그리고 ..안전하게 자국까지 견인되서...
기계실 주형도:그래서 당신 결론은 그냥 부산으로 회항하자 이거 아냐. 니미럴~회항파...
한의사 노씨:(두눈 치켜 뜨며) 말 곱게해..기계실에서 기름밥 먹더니 그 입에서..(갑자기 말실수한 것을 정색하듯) 에헴...하여간 여기서 회항파니 전진파니 파벌이 왜 나오나. 단지 지금은 위기 상황인데...
기계실 주형도:뭐? 기름밥? 이 개 호로...

노씨에게 주먹을 날리려는 형를 뜯어 말리는 주거도.

주거도:(형을 말리리며) 참~어 형.저런 비열한 새끼하고는 말 섞지마.
한의사 김씨:형제끼리..아주 가관일세..

주거도,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형을 말리던 손을 놓고 뒤춤에 찬 연장 벨트의 드라이버로 가져간다.

주형도:(당황하며) 야..야.. 주거도! 너 왜이래!

주위사람들의 당황한 표정들 사이로 날아가는 주거도의 드라이버를 쥔손. 퍽!.
그러나 드라이버를 맞은 사람은 1섹터 항해사 김씨.
햐얀 와이셔츠에 흥건히 퍼지는 피, 겁에 질린 주민들의 얼굴들 위로 떨어지는 비.

씬5. 마을 의원 앞 골목길 /
노철수와 주영희 야단스런 복장을 하고 동네아이들을 인솔한 체 법석을 떨며 의원 앞을 지나간다.

씬6. 마을 의원 안 /

김여사:에휴, 쯧쯧.. 때가 어느 땐데, 저 철딱서니 들...
(병상에 누운 항해사 김씨를 치료하는 양의사 김씨와 한의사 오씨를 보며) 이를 어쩌누..지금 어떻게 잘 되가는 거유?
소와정 할배:(두 의사의 치료를 거들다) 아 이 여편네야...좀 잠자코 좀 있어!
닥터 박:(김여사를 보며) 아닙니다. 걱정 되는게 당연하죠. 이게, 도라이바가 워낙 녹이 슬어서..잘못하면..파상풍이..
김여사:이를 어쩌누! 그럼 우리 다시 부산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거유?! 김씨 항해사가가 우일 꼭 부산으로 돌아가게 해준다고..
소와정 할배:아, 이 정신 없는 할망구야! 누구 맘데로 부산항이야!....지금 우리주민들 다 내란죄로 수배 된거나 마찬가지야! 돌아가긴 어딜...
닥터 박:(얼굴에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저...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두 분은 이제 좀...

소와정 할배와 김여사, 뻘줌한 표정으로 의원 밖을 나선다.
문 밖에서도 여전히 서로 다투는 소리..멀어지고
땀에 젖어 신음하는 1섹터 항해사 김씨의 얼굴에서 눈으로 줌인. 음산한 사운드 인.

씬7. 낙산 언덕위 /

줌인 되는 눈동자 안에는 괴물체가 꿈틀대고 있다.
망원렌즈 시점의 p.o.v
찍사 김씨, 망원렌즈로 괴물체를 찍고 있다.

찍사 김씨:이상해..뭔가..잠수함이면 이틀째 저러고 있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조각가 임씨: 거, 몇일째 사진만 찍고 있으면 뭐 답이 나와? 거기서 똥싸는 짓 하지 말고 .. 손톱깎이나 내놔봐..
찍사 김씨:(모른척) 정말 모를 일이네... 암초 라기도 그렇고..
조각가 임씨: (화 버럭 내며) 내말 안들려? 손톱깎이 좀 달라구!..
찍사 김씨: ...
조각가 임씨:아 진짜! 개...
찍사 김씨:없어..누구 빌려줬어.
조각가 임씨:야~나원...빌어먹을 손톱깎이 갖고 유세야. 뻥치지 말고 좀 달란 말이야.
찍사 김씨: 그래, 그 빌어먹을 손톱깎이가 이 넓디넓은 배에는 이제 하나 뿐이라구. 그 빌어 먹을 것이 국보급인거 모르나? 나샤린이 한테 가봐!
조각가 임씨:알았어. 치사한 놈아. 똥관 나샤린한테 가봐서 없음, 살인미수 한번 더 날줄알아!

씬8. 똥관 동네 2섹터가는 길 마을버스 안 /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속절~없이~떠나가는 대전발 영시 오십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을 따라 부르는 마을버스 김씨. 노래 중간에 라디오 디제이의 멘트.

라디오:안녕하세요~ '라디오 3'의 간판 디제이 노철수, 주영희가 진행하는 '원더풀 월드'의 교통소식 입니다. 2섹터 비둘기 3길에서 달마슈퍼 구씨가 구루마에서 공병들을 쏟아 길바닥이 유리조각으로 엉망진창입니다. 비둘기 3길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 되오니 마을버스 김씨는 우회하여...

마을버스 김씨 언덕길버스로 언덕 길을 오르며 연신 싱글 벙글 댄다.

마을버스 김씨: 어따..또 왠 사고랴~ 어허이..3호의 3재라...(갑자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어이! 닭띠 아줌마 어디 가는겨! 오늘 저녁에 예술 한판 땡겨야지~!
뒤에 타고 있던 조각가 임씨:아~김씨 아저씨... 껄떡데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셔야죠. 시국이 어느 땐데, 껄떡이야 껄덕이...
마을 버스 김씨:아~뭐가 급혀..그깟 손톱깍이 찾으러 가는 거래며... 거, 왠간하면 좀 싸우지덜 말어. 손톱 그거 이빨로 물어뜯으면 될거아녀... 방금 자네 말 한번 잘혔어. 아~시국이 어느 땐디 손톱깎이 타령이여~시방...

그때 다급하게 들려오는 라디오멘트

라디오:아..큰일났어요... 방금, 이를 어째... 2섹터에서 정화조가 터졌어요...

씬9. 2섹터 비둘기 3길 앞 /
코를 막고 있는 마을버스 김씨와 조각가 임씨. C.U ( Close-up )

달마슈퍼 구씨: (똥물을 뒤집어쓰고) 이런 젠장할 것을 봤나! 저 놈에 자식 이 필시 나한테 앙심을 품은게야... 이거 병 깨진것좀봐. 여기 자빠졌으면 상처에 똥독이 올라서 황천길로 갈뻔 했어! 고향땅 밟기도 전에 말이야!~
나샤린:아저씨 앙심 이라뇨!... 이틀 전부터 제가 사람들한테 말했어요. 정화조 터지기 직전이라고! 빨리 손봐야 된다고!
달님슈퍼 구씨:오, 그러셨어요? 너 한달 전 회항여부 놓고 회의 할적에 나한테 살짝 야코 먹은 것 가지고 너 나한테 사발, 뭐라 그랬냐! 큰소리만 치는 비겁자! 회항파 어쩌구 그러지 않았나? 이런 니미...

그 장면을 바라보던 조각가 임씨, 마을버스 김씨에게

조각가 임씨: 아 것 참, 손톱깎기 이씨 탈출뒤에 사람들 인심이 흉흉해 졌어요. 예전까지만 해도 신천지를 위해 좀만 버티고 뭉쳐야 된다, 그런 분위였는데...요즘은, 껄핏 하면 회항파니 전진파니 관망파니 이상한 말로 편가르기나 하고 앉았구...
마을버스 김씨:아~~것 참말이여...아까는 찍사 김씨놈이 빌어먹을 관망파래며? 손톱깎이 안 빌려준다고..
조각가 임씨:.......

씬10. 마을의원 /
허억..허억..가쁜 숨을 내쉬는 제1항해사 김씨

닥터 박:(심각한 얼굴로 환부를 바라보며) 파상풍 맞습니다. 도려내야 되요..
한의사 노씨:도려내야 할 때 도려내는 걸세... 왜 양의들은 틈만 나면 사람 몸에 칼을 대려 드나?..그런 서양적 사고방식이...
닥터 박:이 시점에서 왜 서양 동양이 나옵니까. 살이 무섭게 썪어 가고 있는데, 지금 도려 내야 돼요.
한의사 노씨:누가 서양 동양 논쟁 하쟀나? 문제는 그때야!..타이밍이란 말일세. 지금은 칼을 댈 때가 아니야.
닥터 박:그 타이밍이 대체 언제일 것 같습니까? 예!!?? 이 환부는 썪어 가는 고기나 마찬 가지입니다!
한의사 노씨:이 사람이 말하는 뽄세 하고는! 사람 몸을 보고 고기가 뭔가! 고기가.. 유유상종 이라더니만, 그 주씨 형제놈들 하고 어울려 놀더니만 말버릇 까지!..

그들 곁에서 사태를 지켜 보던 2섹터 항해사 강씨,둘 사이의 논쟁에 끼어든다.

2항해사 강씨: 지금 상황에서는 자중하시죠...편 가르기...사람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한의사 노씨:말씀 한번 잘했네...당신도 여기 닥터박 이나 주가형제들하고 다 한통속 아닙니까! 그 잘났다는 전진파! 똥오줌 못 가리는 이상주의자들! 지금 항해사 김씨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논 주가형제놈 들은 윤리위원회 재판도 받지 않고, 기관실에서 탱자~탱자 하고 있고... 그게 다 전진파가 작당해서 한 짓 아니요! 그러면서 나만 편 가르기나 하는 속 좁은 놈으로 만들어?
2항해사 강씨:제발 좀 그만 하십쇼! 노선생도 4년 전 인천항을 떠날 때 똑같은 이상주의자 였잖소! 그리고 지금 잠수함인지 뭔지 모를 그것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잖소... 빨리 인천이든 부산이든 신천지든 여기를 떠야 되는 상황 아니요? 지금 정지한 3호 엔진은 누가 고치지? 노선생께서 고칠 건가? 빨리 저 괴물체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후, 주씨 형제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해야 하는 게 사리에 맞는 일 아니겠소?

그때, 라디오를 통해 들리는 긴급뉴스
"여기는 노철수 주영희가 진행 하는 라디오 쓰리! 기관실에서 엔진하구 제네레이터가 복구완료 됬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에..또.. 현재 괴물체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관제실의 보고가 왔습니다.. 각 마을 대의원 여러 분들은 속히 마을 회관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의사 노씨: 아니 저저..저놈에 자식이 아직도 주가놈 딸래미랑... 닥터박! 잠시만 기다리시오!..내 저놈을..

노씨, 아들인 노철수를 잡으러 문을 박차고 마을회관으로 뛰어간다.
문득, 2항해사 강씨의 얼굴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닥터 박.

2항해사 강씨:왜???
닥터 박:형님...혈액형이 뭐요..
2항해사 강씨:응 A형...왜?...
닥터 박:김 항해사도 A형이지..
2항해사 강씨:응.. 그래서..
닥터 박:형님... 지금.... 저 좀 도와 주셔야 겠어요...

2항해사 강씨, 뭔가를 느낀 듯 불안한 얼굴 뒤로, 창가엔 다시 먹구름. 창가로 빨려드는 카메라.
하늘에 번개가 번쩍!

씬11. 괴물체가 나타난 먼 바다 /
슛 쾅! 하늘이 번개로 잠깐 밝아지자 스멀스멀 다가오는 괴물체. 음산한 음악

씬12. 마을 회관 /
음산하고 침울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노철수, 주영희 악단. 이때 마을회관으로 들이 닥친 주민들.

달님슈퍼 구씨:떼이~끼 이놈들아! 지금 시국이 어느 땐데... 딴따라 질하며 노닥거리나...
노철수:아니...상황이 상황이라서, 각박하고 심란한 주민들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런 음악을...
주영희:네...이럴 때 일수록 오히려, 마음을 차분히 프로그레시브한 뮤직이 낳지 않나 싶어서...
달님슈퍼 구씨:야 그런 전설의 고향 귀곡성이 잘도 사람들 마음 위로하겠다! 영희야 니 아빠가 큰 사고 쳤는데 너도 좀 자숙 해야지...
주영희:(주영희 울먹이며) 아저씨! 왜 거기서 우리 아빠 얘기가 나와욧!
조각가 임씨:자자... 얘들아 그거 회의 끝나고 나중에...(주민들을 향해)..자자 주목! 어이 찍사! 사진이랑 쫌 꺼내봐!
찍사 김씨:(사진들을 벽에 붙이며) 자아...이제까지 제가 촬영한 그 괴물체의 사진들입니다.

사진들, 슬라이드 쇼처럼 몽타쥬.화면안으로 사진에 대한 주민들의 코멘트.

코멘트1:요기 뽈록 나온데 보세요. 요기가 함교거든... 잠수함 맞다니까...

다른사진

코멘트2:여기 뾰족한 부분이 뱃머리... 동남아 애덜 해적선 맞다고요...

또 다른사진

코멘트3:아 그러니까 이 부분이...네스호에 출몰한다는...

또또 다른 사진

코멘트4: 옛날에 우리 엑스파일 봤잖아요. 그 외계 비행물체... 그러니까...

또또또 다른사진

코멘트5:에그머니... 이건 앞이 뭉툭한게...저기... 마치...변강쇠의...
코멘트6:그런 남근주의적인 무의식이 우리 문화저변에...
코멘트7: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들 하지 말고 좀 구체적인...

또또또또 다른 사진... 대신에 비춰지는 노철수의 아버지 한의사 노씨의 성난 얼굴.

한의사 노씨:이 자식이 하란 공부는 안하고, 저런 개백정 같은 집구석 딸이랑 광대짓이나 하러 돌아다녀!
노철수:아버지....저 주거도...
한의사 노씨:닥쳐!
노철수:아...씨~아버지 정말...너무 하신다. 개백정이라뇨...주거도 아저씨, 말투는 사나와도 마음씨가 얼마나 여린데요. 우리 라디오 송신기도 거도 아저씨가 뚝딱 뚝딱, 순돌이 아빠나 맥가이번 쨉두 안 된다구요.

한의사 노씨, 두말없이 아들의 귀를 잡아 마을회관 밖으로 끌어 내려는데..
지진이 난듯 우두드드! 하고 흔들리는 3호선체..
회관 안의 주민들, 앗 어뢰다! 아비규환.

씬13. 기관실 /
우두두두... 하고 크게 흔들리는 기관실

주형도:거..거도야.. 됐어.. 시동이 걸렸어! 이 자식 ! 니가 해냈다구!

주거도를 포옹하는 주형도, 안도의 한숨 소리와 함께 밝아지는 표정. 그러나 곧 꺼지는 엔진... 고개를 숙이는 형제.

씬14.마을의원 /
의원 문을 연 한의사 노씨. 구석에 2항해사 강씨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있고,
멍한 표정의 닥터박, 메스를 든체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한의사 노씨:.....
닥터 박:배가...갑자기 흔들렸어요...마을에...혹시 어뢰가...
한의사 노씨:...당...신들...당신들...무슨짓을 한거야! 도데체 !!

피범벅으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는 제1항해사 김씨...

씬15. 소와정 /
짝! 아싸! 초단!
허공을 가르며 매섭게 담요에 내리 꽂히는 화투장.
마을 사람들 몇이 모여 고스톱을 치고 있다.

달마슈퍼 구씨: 아저씨 제 솜씨가 어때요?..깊고 그윽한 에탄올의 향취.캬아...
소와정 할배: 크으~죽이는 구만.. 역시... 초상 때는에는 고스톱하구 술이 없으면 안돼... 주거도 여한이 없어...
한의사 노씨: 어르신, 주거도 주거도 하지 마세요... 그놈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려요.
소와정 할배: (고주망태가 되서 혀꼬부라진 소리로) 허..거참..주거도.. 그놈 팔자하고는... 왜 해필 그때 엔진 시동을 살려놔서...
마을 버스 김씨:아~~그러게 말유~ 재수없는 놈, 뒤로 자빠져도 코 깨진다더만...
달마슈퍼 구씨:아 진짜 사태 파악들 못하시네. 주거도야 원래 죽어도 되는 놈이구, 문제는 닥터 박이란 말이예요. 배가 흔들려서 메스가 빗나갔단 말이...응? 그게 말이되냐구! 원래 주씨 애들도 그렇구 2 항해사랑 닥터 박, 다 신천지로 전진파(비아냥)! 아니냐 구요. 메스가 삑사리 난게 아니라 위장을 한거야! 수술을 빙자한 살인이란 말이예요. 우리 쪽 항해사를 교묘하게 제거하려는...
마을 버스 김씨:아~~따 그 사람 거, 암만 사람이 독하기로 우리 3호 주민들은 그른거 읎슈..

구씨가 뭐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나타난 김여사:아니,당신들 지금 뭐하는 거야.
달마슈퍼 구씨:아니...저...아주머니...그게 아니라...
김여사:야! 이 영감태기야... 젊어 한참 돈 굴리고 댕기고 술 퍼먹고 허구헌 날, 기집질에다 사업 다 말아먹고...나 꼬드겨 이 배 태우더니, 이 배위에서 까지...또 술이야? 나 이배 태우면서 뭐랬어? 다시 술 입에 대면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져 고기들한테 몸 보시 하시겠다구?
소와정 할배:어허..참(딸꾹) 이 할망구가...내 그래서 이 정자 짓(딸꾹)고 누워서 웃었잖아...아하하(딸) 하...(꾹)! 응? 응? 부질없는 지~난날...응? 내 여기서 텃밭이나 일구면서 얼(딸꾹)마~나 건전하게 살았나. 내 덕에 3호사람들 요기조기 텃밭도 맨들고 먹고 살았어. 그건 보시가 아니면 뭬야.(달꾹) 이 잔소리 쟁이 할망구야! (딸꾹)
김여사: 뭐어? 건전? 맨날 술먹구 기집질이나 했던 주제에...

소와정 할배, 갑자기 난폭하게 화투 판을 엎더니, 이 빌어먹을 여편네! 라며 김여사에게 달려든다. 소와정 아래로 굴러 서로 상욕을 해가며 주먹다짐을 하는 두 사람을 뜯어 말리는 마을버스 김씨.

한의사 노씨:허~김여사님 성깔두...
달마슈퍼 구씨:어따..형님 몰랐어요? 원래 김여사님 육군 중위 출신 아닙니까... 젊을 때, 소와정 아저씨가 같은 중대 쫄따구 였다나요...
한의사 노씨:허허, 그건 그렇고...아까 판에 자네 투 고였는데... 한번더 고 할 참 이였나?
달마슈퍼 구씨:두 말하면 잔소리! 못 먹어도 고! 아닙니까. 형님, 제 성격 잘 아시잖아요.

한의사 노씨, 물끄러미 구씨를 바라본다.

달마슈퍼 구씨: 아따 형님~ 그렇게 변죽만 울리지 말고 본론 이야기 합시다. 저두 눈칫밥만 40년 넘게 먹었다구요. 혹시...그거...
한의사 노씨:맞아. 이제 더 이상 참고 질질 끌고 자시고 할 것 없어. 슬슬 우리 쪽 선수들을 모아 보자구.
달마슈퍼 구씨:거사를 일으키는 겁니까? 저... 음...(한참 뜸을 들이다) 찜찜해요. 그나마 '3'호가 본국보다 좀 낳은게 민주주인데... 나머지 주민들 여론도 좀...
한의사 노씨:예전에 본국에서 말야... 정치하는 놈들이 무슨 입만 열었다 하면 구국의 결단이니 뭐니 할 때 엄청 콧방귀 꼈잖나... 구역질 났지..
달마슈퍼 구씨:...
한의사 노씨:요즘 생각인데 구국의 결단이란 지금 이런 상황에서나 쓰는 멘트야..괴물체가 잠수함일 경우 어떡하겠나? 몰살이라구! 주민들 살려야지 않겠나... 설사 잠수함이 아니라 해도 부질없는 그 신천지를 찾아 평생 이렇게 아웅 다웅 살아야 하나?..
달마슈퍼 구씨:그거야...저나 우리쪽 사람들 다들 동감하는 부분이고 하루 빨리 인천이든 부산이든 감옥살이라도 좋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키를 돌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죠...단지 타이밍이...
한의사 노씨:아니, 자네도 그 살인자 닥터박 같이 타이밍 타령 인가? 지금이 타이밍 일세!(주위를 한번 둘러 보고) 내일이 김항해사 발인 날 아닌가. 다들 장례식 참석 하느라고 중앙 선실엔 관제사 한 놈만 빼구 텅텅 빌 거라구. 자네랑, 나, 복덕방 최씨, 건강원 방씨 그리고 방씨네 떡대 좋은 두 아들놈이 중앙 선실과 기관실만 접수하면 게임 끝나는 거라구. 무주공산에 깃발 꽂기 아닌가... 말이 나와서 말인데 '3'호 장악하는 건 애진작에 식은 죽 먹기 아니였잖나...
달마슈퍼 구씨:배 조종은요? 우리 쪽 이였던 항해사 김씨가 황천길로 갔는데...
한의사 노씨:3섹터 항해사 설득해 놓았네. 거사가 성공만하면 일단, 중앙선실이랑 기관실 문을 닫아 거는거야. 그 상태로 6시간 만 버티면 미얀마항에 도착하네. 그 다음은 미얀마 정부에서 우릴 본국으로 넘기겠지...
달마슈퍼 구씨:애 좋시다! 형님 못먹어도 고! 그럼 구체적인 작전은...

씬16. FLASH FORWAD /
<장례식 거사> 두둥! 긴박한 음악 선행.

한의사 노씨 목소리:나하고 건강원 방씨랑 방씨 큰아들 놈은 중앙선실로 가서 그날 당번 관제사를 제압하는 거지...땅땅한 각기목하고 포승용 끄네끼는 필수 준비물일세.

중앙선실을 발로차고 들어가 당번 관제사를 각기목으로 때려 포박하는 노씨외 2인.

씬17. 컷이 기관실로 튀면 /

달마슈퍼 구씨의 목소리:그럼 기관실에 주가형제 놈들은 복덕방 최씨랑, 방씨 작은아들...그리고 제가 맡는 거죠. 퉷! 네 이 주가놈들...

기관실에 난입해 주씨 형제 들을 두들겨 패고 포박하는 구씨 외 2인.

씬18. 항해사 김씨의 발인 날 장례식 장 /
처얼썩 철썩! 끼룩끼룩..파도소리, 갈매기 소리 구슬프다.

박경자 목사:우리가 찾아 해맸던 가나안... 오늘, 가나안 가는 지름길로...우리 독실한 신자였던 항해사 김씨는... 마치 우리를 인도한 아브라함 같이 먼저 요단을 건너...

설교가 이어지고 몇몇 교인들이 요단강 건너..하고 찬송가를 부른다.
그리고 다시 장대비. 노철수, 주영희와 아이들이 관을 바다에 흘려보내는 중 고인이 즐겨 불렀던 '굿바이 투 로맨스'를 연주한다.그러나 기타와 멜로디언, 캐스터내츠, 트라이앵글 등 소박한 악기들.
음악과 함께 시간이 역순으로 몽타쥬 된다. 깨진 유리를 치우는 주민들의 모습, 바다위의 즐거웠던 수제비와 생선회 파티.
옥상에 핀 아름다운 꽃 들과 고추, 상추 같은 텃밭들.
아이들과 골목 놀이, 얼음 땡과 오징어 땅콩을 하며 뛰노는 모습. 화창하게 갠 하늘.
인천항을 떠날 때의 희망에 부푼 표정들 등.
고조된 감정의 주영희의 노래 부르는 입이 클로우즈 업 되는 순간!

찍사 김씨: 앗 저 사람들 뭐하는 거야!

장례식 장면을 촬영하던 찍사 김씨, 카메라를 패닝하다 중앙선실 쪽을 보게된다.
한의사 노씨와 일당 들이 관제사를 두드려 패는 모습 P.O.V
그 모습을 액정으로 지켜 본 제2항해사 강씨, 닥터박, 조각가 임씨가 중앙선실로 먼저 뛰고
나머지 주민들, 우르르 그 뒤를 따른다.
쓸쓸히 바다를 떠가는 제1항해사 김씨의 관, 멀리 괴물체를 향해 흘러간다.

씬19. 샛별 2길 . 2섹터 기관실 방향 /
처마에서 주르르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나샤린, 처마 밑에 조그만 목각불상을 앞에 놓고 고인을 추모하는 108배를 하고 있다. 달마슈퍼 구씨와 일당 각기목을 들고 나샤린을 살짝 비껴 기관실 쪽으로 뛰어간다. 어? 하는 나샤린, 그 일당의 뒤를 밟는다.

씬20. 중앙 선실 /
쾅쾅쾅! 중앙 선실 문을 마구 두드리는 닥터박과 주민들.

닥터 박:제발~문좀... 열어요! 이거 중대 범죕니다!
한의사 노씨:(선실 안의 목소리) 허..참..중대 범죄는 누가 먼저 저질렀나. 이 살인자!
조각가 임씨:아저씨 제발...나예요. 문 좀 열어요!
제2항해사 강씨:3항해사님 왜 이러시는 거죠? 신천지가 눈앞인데, 도데체 어쩌려구. 어디로 가시려구요?

제3항해사, 슬며시 한의사 노씨의 눈치를 본다.고개를 젓는 한의사 오씨. 제3항해사의 체념.

한의사 노씨:임군아! 너도 그 패랑 어울리더니 오염됐어! 밖에 계신 주민여러분~! 좀 있다, 기관실에서 시동이 걸리고 6시간 정도면 미안마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꿈에 그리던 고향에 갈수 있어요. 죽음을 면할 수 있단 말입니다.

이때 부르릉! 하고 걸리는 3호의 엔진 시동. 노씨와 일당들 서로 얼싸안으며 좋아한다.
그 사이 중앙선실 구석 침낭 속에서 부스스 잠에서 깬 소설가 윤씨, 저 사람들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선실문을 열어 제 낀다. 어? 쟤는 뭐야 하는 표정의 건강원 떡대, 한의사 오씨를 건드리며 저...저...저거..,
선실 문 밖의 사람들, 문이 열리고 나타난 소설가 윤씨의 모습을 맞딱 뜨리자 멍한 표정.

씬21. 한편 기관실에선 /
주거도, 얼굴이 퉁퉁 부은 채 포박 되어 있고, 형인 주형도는 엔진 설비를 만지고 있다.
시동이 걸리자 회심의 미소를 짓는 달마슈퍼 구씨, 포켓에서 술병을 꺼내 한모금, 그 외 일당들에게도 술을 돌린다.

달마슈퍼 구씨:(주형도에게 술을 권하며) 이제 '3'호에서의 생활이 여섯 시간정도야. 즐겁지 않냐, 주가놈아. 이 술이나 먹으며 조촐하게 자축연이나 열자구! 고향땅 밟으면 이게 영영 막잔이 될 수도 있으니까.

주형도, 말없이 술병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킨다.

달마슈퍼 구씨: (술병을 확 뺏으며) 한 모금 만 마시랬지! 쌍놈...

그리고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목 놓아 합창하는 구씨 일당. 이 때,

건강원 둘째 떡대:저어...형님 저 화장실 좀...

구씨, 끄덕 끄덕.

씬22. 기관실 밖에서 쉬를 누던 건강원 둘째 /
눈 앞에 맞딱뜨린 나샤린을 보자 바지춤도 제데로 추스르지 못하고 기관실로 뛰어 들어간다. 나샤린, 그를 쫒아가서 문을 닫기 전에 재빨리 목각 불상을 문 사이에 집어넣는다.
낑낑 데며 기관실 안쪽 문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기는 구씨와 일당들, 발로 목각불상을 발로 차네고 문이 다시 닫히려는 순간 나샤린을 도와 문을 잡아당기는 노철수와 주영희.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기관실 안에 진입한 나샤린과 노철수, 주영희.
주영희, 아빠를 외치며 주형도에게 달려가자, 달마슈퍼 구씨 소주병을 거꾸로 잡고 깬다.
주영희를 잡아챈 구씨...

주형도: 이 개새끼! 우리 앤 왜!...애는 놔줘.!

다가 오지마. 찌를 꺼야!..를 연신 외치며 주영희의 목을 휘잡고 뒷 걸음질쳐 기관실을 빠져 나가는 구씨. 주영희의 비명소리... 아빠아아!

씬23. 다시 중앙 선실 /

제2항해사 강씨:고인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왜 하필이면 고인 장례식 입니까. 예?
한의사 노씨:뻔뻔한 살인자들 하고는 부끄러움을 논하고 싶지 않네요. 오히려 당신들이 제정신이 아니야. 우리 주민들 모두가 속았어. 우리 나름 데로는 숭고한 결심을 하고 일을 벌인 거요. 여기 계신 주민 여러분...
소위 이 전진파라는 것들이 여러분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해주리라고 믿습니까!!??
주민들:.....

한의사 노씨, 웃기 시작 한다. 손으로 선실 창밖을 가리키는 노씨.

씬24. 먼 바다 /
괴물체, 3호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다.

씬25. 다시 선실 /
하하하하... 웃음을 뚝 그친...

한의사 노씨:...드디어 올 것이 왔군. 이젠 끝장이야...아까 배만 출발했어도...

제2항해사, 재빨리 키를 붙잡더니 3호를 몰고 가기 시작한다.

씬26. 기관실 윗집 옥상 /

주거도: 구형!..그 동안 내가 잘 못했어..내가 이렇게 빈다...우리 영희 좀 풀어줘..내가 형하고 우리 쪽 사람들 설득 할게. 까짓거 부산이든 미얀마든 가보자구..어?

주형도와 노철수, 그래 그래 우리도 같이 설득할게...라며 구씨에게 애원한다.

소와정 할배: 이봐, 자네 대체 왜 그러나 사람이...그 어린게 무슨 잘못이 있길래. 자네 그런 사람 아니잖아. 어여 애 데리고 내려 오래두!
구씨: 아 썅! 아저씬 가만히 계세요! 저두 이만한 애 있었다구요. 우리 달님이. 마누라랑 도망가버린 우리 달님이...
소와정 할배:아 그거야 자네가 길다방 미쓰리랑 먼저 바람이 나니까 간거지. 자업 자득 아닌가...
구씨:이 씨...이 판국에 왜 그 얘긴 꺼내고 지랄이에요! 나에 비하면 아저씨 젊을 때 기집질하고 다닌건! 예? 씨발 뭐 묻은 개가...이 씨발....
주형도: 야! 우리 옛날에 죽 맞아서 맨 날 같이 놀던 생각해봐 친구야...우리 영희...너도 엄청 이뻐 했잖어.
구씨:이런 개 호로 잡새끼, 니랑 나랑 친구였냐? 언제? 언제? 씨발 기억도 안나...

구씨, 씨발 씨발 거리며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주영희를 놓아주는 구씨.

구씨:꽃피이이~는, 동백섬에...아! 보오오옴이 왔거어언만...
주민들:그래 이제 봄왔어! 배가 움직여! 빨리 내려와! 내려와! .

결국 주영희를 놓아주는 구씨.

구씨: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그리고 지붕을 내려오려 난간에 발을 딛는 구씨.
안도하는 주민들.
그때, 쾅하고 움직이는 3호. 구씨의 모습은 사라지고..
동네 이장 스피커가 애앵 하고 울리며 나오는 다급한 소리..

스피커: 괴물체가 빠른 속도로 으로 3호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야외에 계신 주민 여러분은 안전한 곳을 찾아 신속히 대피 하십쇼!

씬27. 기관실 /
삐이이익 하고 터질 듯한 압력계..게이지 바늘이 빨간색 위험구간으로...

씬28. 중앙 선실 /

제2항해사 강씨: 기관실! 어이 기관실! 이거 뭐야 엔진이 터지겠어. 주형도 이 새낀, 지금 뭐하는 거야. 아악! 강씨 빨리 더빨리 속력을 내! 저게 거의 100미터 앞 까지 다가왔어!

점점 고조 되는 음악

씬29. 기관실 /
기관실 철문이...쿠앙! 하고 날아간다. 엔진 정지..

씬30. 정적이... 한참을 흐르고 고래 울음소리 /
3섹터 선두쪽 함교 난간에서 빗방울 이 똑똑 떨어진다.
평온을 되 찾은 '3'호 의 지붕 처마마다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몽타주.
주민들, 3섹터 함교 난간에서 코 앞에 있는 괴물체의 정체를 확인한다.
작살에 꽂혀 죽은 새끼를 등에 업은 어미고래... 구슬픈 고래 울음소리가 메아리 친다.

씬31.기관실 옆 옥상 밑..구씨의 신음 소리 /

구씨: 쿨럭 쿨럭 우웩...부산항에...동백섬, 꽃이...우웩 쿨럭!

피를 토하고 있는 구씨.

찍사 김씨,조각가 임씨,소설가 윤씨: (구씨를 흔들며)이봐요..구씨 아저씨! 정신차려!
구씨: 쿨럭...꽃 피이이는...쿨럭, 씨이이발... 고향...욱! 우웩!... 고...향, 땅...가자는게 큰 잘못... 이야... 씨이발... 말해봐... 달님이... 우리 달님이... 하고 마누라... 보고 싶...쿨럭...
김씨,임씨,윤씨:......(숙연)
구씨: 조또...씨발... 뭐 이런... 신파극이 다...있냐... 조...까고...

눈을 감는 구씨.

에필로그.



비 개인 하늘.

먼 바다에 무지개가 뜨고,

카메라, 틸다운 하면, 낙산 공원의 노철수와 주영희 그리고 코 흘리게 아이들.

언덕 밑 골목으로 내려가며 ‘ over the rainbow ’를 연주.

크레딧 올라간다.




기획, 시나리오  임승천, 윤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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