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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 오브제와 컬트 공간> 2004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난 한국 현대조각의 한 경향을 보면 일상적 이미지나 평면적 이미지를 그대로 입체화 하여 공간 속에 던져 놓는 식의 작업이 나타난다. 초기 큐비스트들이 시도 했던 평면을 입체화하는 식으로. 그래서 오브제 혹은 설치 개념이 자주 언급되고 새롭게 해석되어 나가고 있다. 20세기 후반이 이미지의 시대이고 다양한 대중매체와 상품이미지와 인공물로 덮여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공간 속에 오브제나 설치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어딘가 직설적이며 은유적이라서 어떤 형태로든 최종적인 미적 판단을 관객에게 맡기는 것이다. 관객들도 우리시대가 이미지의 시대임을 경험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런 태도는 어쩌면 무책임한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하는데, 우리 시대가 급속하게 팽창되고 재생산되어 차근차근 관상觀想하고 음미해볼 수 없이 광속으로 폭주하며 변하는 이미지의 시대임을 고려하면 일견 관객에게 최종적인 미적 심의를 맡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관객의 미적 관여가 현대미술의 창작과 감상에서는 필연적인 미적 민주주의 시대에 작가도 결국 한 개인의 인식과 판단에 기초하여 작업을 해나가기에 일반 대중들을 미적으로 인도하거나 교화하는 식의 과거 천재적 대가가 보여주던 신적 능력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용식의 이번 작업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만든 무덤덤한 인형 아닌 인형. 아니 테마파크를 꾸미는 자연을 모방한 인공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의 인공적 오브제나 이미지는 관객들이 아름다움이나 또는 혐오하는 등의 전통적인 감성적 체험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러한 감성적 체험들의 공백이나 어떤 틈을 보여준다. 그래서 박용식의 작업은 어떤 기묘한 운동 중에 느끼는 멀미 증세의 미세한 감성적 혼란을 조성한다. 익숙한 관성이나 중력이 사라진 자리에 낯선 자리가 관객들에게 제공된다. 관객들은 박용식이 제시한 이 이상한 공간에 들어서서 자기 나름의 혼란을 유희하는 수밖에 없다.

박용식의 공간은 사람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진 뒤, 혹은 사람들이 등장하더라도 어딘지 화면을 구성하는 부속물처럼 배경으로서만 존재하는 식의 인적이 끊긴 초현실적(그냥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살아 숨쉬는 일상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은 살아 숨쉬는 자연 보다는 무한한 정지, 일종의 운동의 죽음, 다만 시간만이 운동하며 이 이상한 오브제의 공간을 차츰 마모시킬 수 있다는 어떤 가설을 입증하는 듯 하다. 그의 이미지는 현실을 왜곡시키는 임무를 띤 존재들로 작가와 관객과 오브제들이 서로 엇갈리는 바라보기식 상관관계를 만든다. 최근 현대미술의 이미지 혹은 오브제들이 보여주는 주체와 타자간의 시선 운동 혹은 존재들의 유희를 연상시키는 박용식의 이미지들은 다만 그러한 식의 해석으로는 박용식 만의 특이한 개성과 시선을 놓치기 십상이다.

박용식은1999년1회 개인전 ‘지구를 지켜라’(같은 제목의 한국식 컬트영화가 최근에 히트를 친 적이 있다)를 통해 컬트적 만화적 오브제와 유머러스한 젊은 혈기와 모험을 보여주었는데, 최근 연이은 전시를 통해 한층 사색적인 오브제들로 다시금 어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은 이미 직접적인 만화의 컬트적(마징가 제트에 몰입하는) 오브제에서2003년2회 개인전에서는(SOMETHING & SOMETHING) 다소 완곡한 허구의 이미지로 변신하였고 그러한 이미지가 이번 전시회에서도 연장되어 나타난다. 이번 개인전은 한층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문화에 대해 진지한 탐문을 지속하는 박용식류의 오브제작업의 새 버전이고 그 만의 컬트적 공간을 구성하려는 모험으로 보인다.

 김노암 / 아트스페이스휴 디렉터




작가노트
혼성소자(混成素子)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내가 만드는 공간 속의 연기자로써 작용을 한다. 비록 이전의 작업은 기존만화 캐릭터의 이미지를 조각하거나, 코스튬플레이를 사진이라는 결과물로서 보여주었다. 지금의 작업은 비록 브랜드화 된 캐릭터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이미지화 된 대상물의 특징을 상상하여 만들어내어 현실 속의 연기자로써 구성하였다. 이질감을 갖는 대상과 그 주변의 배경은 하나의 공간 속에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이질감은 우리에게 어색한 광경으로 다가오지만, 대상의 역할과 주변의 상황은 하나의 현실공간 속에서 현실의 모습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현대의 삶에서 가시화되는 많은 사건과 대상들이 비록 현실로 인식되어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모습은 대중매체의 영향과 보이지 않는 섞임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내 작업의 과정이고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전시장에서 조각, 오브제, 영상 그리고 그 공간 속의 관객은 하나의 공간 속에서 구성된 현실이고 작품이다. 사진은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하나의 평면 속에 구성하고 이것들을 이미지화 한다. 하나는 관객이 직접 그 공간의 구성요소로 참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다른 하나는 관객이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인식하고 상상하는 공간이다.

박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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