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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드로잉을 어찌, 하필, 하느냐? 헤헤, 우문이다. 뭐든 한다는 것은 안 할 수가 없어서이다. 그럼 어찌 하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냐? 그건, 해야 하기 때문. 글쎄, 드로잉 한다는 것은 우리말로는 ‘긋다(劃)’라고 슬쩍 바꿔볼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긋는다는 그 몸짓은 그 이전 상태로부터 비롯하잖는가. 그렇다면 긋지 않는다는 것은 가만 있는다, 무언가를 노려보고 응시하고 관찰하고 주시하고 한다는 것. 침묵한 채 범물중생의 숨쉬는 꼴, 살고 죽어가는 꼴, 가만 있거나 움직이는 꼴을 지그시 들여다보고 가만가만 속셈을 한다는 것. 나를 둘러싼, 나와 더불어 한 지붕 아래 한 솥밥 먹는, 나와 한 공기를 머금고 배앝고 하는 우주적 식솔들의 마음 씀씀이와 살림살이 꼴을 그윽하게 더듬고 냄새 맡고 쓸어보고 하는 일. 그 와중에 함께 떠는 것―함께 아프고 함께 기쁘고 함께 흐느끼고 앓고... . 그러니 긋는다는 업(業)은 그 가만가만한 연후에 그 한 열매로서 세상에 나타나는 것.
그러므로 작가의 할 일은 지그시 살피는 것. ‘살핌’. 그래서 그는 늘 살갗 스치는 잔잔한 바람이나 나뭇이파리의 떨림을 알아차리고서 함께 떠는 일. ‘떪’. 그러니 그의 눈에 세상 어느 것도 허투루 된 것이 없다. 세상 어디에도 허섭스레기는 없는 법. 종내 작가는 인과 연이 이루는 얼개와, 그 안팎 그 전 후 좌 우 위 아래의 드러내는 노릇을 자처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겠다. 결국 드로잉을 통하여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게 되는 법. 지금 어디서 나는 무엇을-어떻게-왜 하는가를 진맥하게 되는 법.
그러니 드로잉은 떪이다―움찔! 흠칫! 아뿔싸! 저런!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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