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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적 징후_exaggerative sign

'미묘한 낌새를 눈치 채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자신의 작업이 주는 애매한 경계 혹은 행간의 지점에 대한 송명진의 대답이다.

식물의 대표적인 초록의 색감을 사용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동動적인 동물의 성질을 드러낸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식물도 동물도 아닌 새로운 물성, 바로 작가 송명진이 창조해낸 그만의 언어 도구이다.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낯설게하기Verfremdung' 이론을 대입하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송명진이 보여주는 ’풍경‘이라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어디서 많이 본 산자락이거나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매일 봤던 고가도로가 되어 버린다. 그것은 의도적인 ‘낯설게하기’ 보다는 행간을 읽어내는 힘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가 읽어내는 행간이란 다름 아닌 관계의 문제이다. ‘자연’과 ‘인공’, ‘추상’과 ‘구상’, ‘평면’과 ‘입체’, ‘멈춤’과 ‘움직임’. 이렇듯 송명진의 시선이 닿는 곳엔 그만의 선택적 흥미를 통해 응시 또는 관찰된 일상적인 물物이나 환경의 숨겨진 행간 어느 한 순간이 화면에 재구성된다. 하지만 창조된 물성을 통해 매우 독립적이거나 혹은 동어 반복적으로 사용한 과장된 조형언어는 재현이나 재구성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무엇’인가의 출현암시 쯤으로 읽혀진다.

다시 말하자면 송명진이 선택한 예술적 소재들은 너무나 사소한 일상의 보편적 풍경들인데 이것은 사고의 패턴화가 용이하기 때문에 표현의 방법을 달리한다고 해서 재인식되거나 재해석되기 쉽지 않은 소재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들을 그는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무엇, 마치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듯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러한 ‘무엇’인가는 진정성에 대한 의미를 묻거나 실존 따위의 회의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만 다르게 이해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미묘한 낌새’라 불리 울 수도 있을 법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형적인 방식(이것 아니면 저것인 이분법적 사고)의 구조를 다른 통로로 이탈시켜 또 다른
스펙트럼을 제시해 낸 송명진의 작업은 얼핏 보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인 받을 수 있을 만큼 붓자국 하나 없이 민감하고 예민하다. 그러나 오히려 회화의 기본인 그리기에 충실한 작업 방식으로 3m가 넘는 화면을 수없이 많은 붓질을 통해 노동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송명진의 작업 앞에서 우리가 압도되는 듯한 밀도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장치가 되어 준다.

탁월한 작가적 시각과 적절한 기법의 장치. 두 마리 토끼를 참 잘 잡아가고 있는 송명진의 작업이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애초의 풀이나 들판 혹은 자연, 그 자체를 본적이 없게 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이미 동물도 식물도 아닌 또 다른 존재감의 그림자 혹은 그가 먼저 눈치 챈 낌새인 그 무엇인 ‘징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김최은영 / 미학, 가일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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