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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遠景)의 꿈

늘 너무 높은 곳에 있기에, 지상에서는 언제나 그 아래쪽만 보인다. 그래서 구름은 늘 평면이다. 그러나 김승영의 작품에서 보이는 구름은 비슷한 고도에서 바라보았을 것 같은 모습이다.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도 같이, 수직의 구조를 포함한 부정형의 덩어리이다.
구름의 아래에 물웅덩이가 있다. 그 웅덩이 위에 선명하게 영상이 반사된다. 구름은 거친 바람소리를 내면서 꿈틀댄다. 잠시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슬며시 사라져버린다. 물웅덩이 위의 구름들도 동시에 사라진다.

일상의 시각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각도에서 촬영된 구름의 모습은 시점의 전환만으로 창출한 가상의 공간이다. 구름이 꿈틀대다가 사라지는 짧은 시간은 사실 훨씬 더 긴 시간의 응축이다. 시공간이 변형된 이 생경한 풍경은 물웅덩이에 반영된 이미지와 결합되면서 비로소 물질성을 획득한다.

김승영이 벌여놓은 이 ‘재현의 재현’은 작품이 놓여진 공간에 강력한 가상성을 부여함으로써 현실보다 설득력 있는 비현실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풍경의 제목은 재미있게도 ‘섬’이란다. 착륙할 수 없는 섬. 닿을 수 없는 먼 곳. 만질수도 없고, 그저 멀리서 동경할 수밖에 없는 환영. 분명 있는 곳이지만 없는 곳이기도 한 원경. 작품 ‘섬’은 몇 개의 간결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시(詩)와 같다. 명료하면서도 감상적인 몇 개의 은유가 마치 하나처럼 정교하게 중첩되어 있다. 실재와 재현, 재현과 가상, 가상과 상상력이 혼합되어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내며 소우주를 구성한다. 원경의 꿈. 그 앞에서 우리는 지상과 천상의 구분 없는 공중으로 빨려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고원석 / 공간화랑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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