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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된 지각체험으로서의 일상

1. 유근택의 작업은 일상으로부터 비롯한다. 일상에 대한 관찰과 묵상으로 그는 자신을 추억하고 반추한다. 환기된 개인사로서의 일상은 화면이라는 하나의 場속으로 전이 된다. 극히 자연스럽게, 혹은 치밀한 계획하에 그는 자신의 지각체험을 화면 가득부려 놓는다. 그것은 독립적인 별개의 것으로, 때론 커다란 흐름속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하나의 연출해낸다.

2. 유근택은 일상을 모필로 떠낸다. 모필에 의한 직접 소묘와 사생으로 무표정의 화면은 한것 생동한다. 생동하는 자연으로서의 일상과 조우하는 지점에서 그는 개인사를 반추하고 전통을 생각한다. 자신의 호흡에 의해 생성되는 행위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유근택은 일상의 심연과 기억 저편에 내장된 단편들을 개입시켜 나간다.
선택적으로 더해지는 색채와 다양한 터치는 일종의 정신적, 심리적 반영으로서의 화면에 함께 용해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인간적인 질서를 보인다.

3. 유근택은 이미 레테의 강을 건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들을 화면속으로 끌어들인다. 또는 일상에서 간과된 채 익명의 어스름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현실 속으로 캐낸다. 결코 간단치 않은 이 지난한 지각행위로 그의 화면은 생명력을 획득한다.
그것은 시작과 끝이라는 경직된 단순구조가 아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하나의 유연한 순환구조로 존재한다. 작가의 일상에 대한 오랜 묵상의 결과이다.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인간 조건들을 환기 시키며 그는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스스로에게, 혹은 보는 이에게 건넨다. 작가가 연출하는 육화된 지각체험으로서의 일상-그것이 지닌 힘, 그 힘의 응집이 바로 유근택의 작업이다.


박 천 남 / 미술비평
번역: 윤상헌/ 한동대교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아파트 1층에는 제법 긴 怱이 있다.
이곳은, 때로는 빛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고, 바람이 불거나 우수로 가득찬 공간이 자리하곤 한다. 창문을 가로질러 좁은 길이 하나 걸려있고 나뭇가지사이로 언뜻언뜻 누군가가 항상 어디 론가를 달리거나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치 시간의 움직임처럼, 혹은 불안한 절대적인 운명처럼 이렇듯 다가오기도 하고 불현듯 사리지곤 하는 것이다.
怱에 대한 작업을 반복하면서 나는 문득 그 길 위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내가 만나는 대상들이 전혀 새로운, 혹은 놀가움과 경이로 내 앞에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의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내리고 싶은 것이다.
나는 높은 정신세계를 동경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가장 낮은 곳, 혹은 깊은 심연으로부터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감동들을 드러내길 좋아한다.
언제 부터인가 동양미술이 자칫 형식적인 높은 어떤 것만을 강조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잃어가고 있었는가에 대하여 나는 신중히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999.10 유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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