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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속에 숨어있는 음모들
                                                          
 장우석은 하얀 종이위에 볼펜으로 그려진 매우 치밀하고 다양한 이미지로 구성된 복잡한 드로잉을 선보였다. 그러나 전시된 드로잉은 작가의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전시 제목과 같은 이름의 플로터라는 인쇄소에서 사용하는 칼이 달린 제단 기계를 통해 출력된 작업이다. 작가는 기계의 칼날을 제거하고 볼펜을 달아 드로잉을 그려 낼 수 있는 도구로 개조하고 드로잉을 출력하기 위해 기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디지털 원본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화면위에 그리는 작업을 수행 하였다. 이는 출력된 드로잉에서 보이는 치밀한 구성과 복잡한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매우 고된 작업 과정을 거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 작품은 기계가 만들어낸 드로잉 제품인가? 아니면 작가의 세밀하고 치밀함으로 완성된 완벽한 드로잉 작업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 드로잉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적인 Input과 Output의 뒤섞임으로 인해서 장우석의 작업의 과정은 상당히 디지털 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아날로그 적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 하나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은 매우 아날로그 적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디지털 적이다. 또한 이렇게 완성된 드로잉을 플로터에 의해 출력시키면 직접 손으로 그린 것 같은 아날로그적 형식의 드로잉이면서도 대량생산 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사실상 디지털 적인 작품으로 완결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디지로그적인 작업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가 화면에 담고 있는 이미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혼다사의 혼다 시게하루 그리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초상이다. 작가는 이런 인물들의 모습을 그들이 만들어내고 창조해낸 제품들을 재구성해서 완성한다. 현재 우리는 이들이 창조해낸 기술적인 토대 위에서 새로운 문화의 밑바탕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들을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를 통해 기술과 예술이라는 것의 본질과 그 경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물들의 초상을 지나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초상화를 배치함으로써 다른 인물들의 위상을 확고히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난다. 그리고 핵폭발에 의해 나타나는 버섯구름에 탱크와 비행기 여러 가지 생물들이 뒤엉킨 작업과 빙산과 육지가 위아래로 나타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섬의 드로잉이 있다. 이러한 모순되고 이중적인 작업은 결국 우리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은 우리는 숲에 살면서 숲을 모르고 사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 디지털과 아날로그, 양산된 제품과 장인적인 수공예품,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등등 어느 하나에 편중될 수 없는 다원화되고 다중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그곳에서 벗어나 바라보면 새로운 진실이 보인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야기한다.
 장우석은 가볍고도 친숙한 이미지를 재료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사이에서 자신의 의도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단순함과 명료함에 있을 것이다. 

신승오 / 덕원갤러리 큐레이터



장우석의 실험은 과감하게 이루어진다.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다가 ‘사랑밖에 난 몰라’를 외치고, 돌연 회화로 복귀하여 고전에 심취, 사랑을 종결하는 단편집까지 내더니 이제는 드로잉으로 자신을 보여준다. 그는 드로잉 제작을 위하여 똑똑한 조수를 고용한다. 그 조수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처리를 해준다. 바로 컴퓨터 디자인, 컷팅을 가능케 하는 플로터(plotter)이다. 플롯(plot)은 말 그대로 플롯(줄거리, 각본)을 뜻하기도 하지만 계획, 음모를 뜻하기도 한다. 장우석이 컴퓨터기계를 통해 이야기하고, 음모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그의 조수부터 만나보자. 그의 조수 컴퓨터는 많은 것을 그려낸다. 그는 조수에게 펜 하나만 던져주고 여러 가지 도형들과 동식물의 모양, 숫자에서 필기체까지, 많은 것들을 알아서 진행하게 한다.

장우석은 이러한 새로운 도제방식을 ‘디지털 컴퓨터 드로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실제 작품은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그 자체이다. 인쇄가 아니라 종이에 손으로 일일이 그린 듯한 표현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을 그저 ‘기술 좋다’라고 단정 짓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의 드로잉이 표현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그의 드로잉은 네 인물의 초상과 두 개의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티브 쟙스(Steve Jobs)와 빌 게이츠(Bill Gates),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각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다. 스티브 쟙스는 애플사의 간판스타로 새로운 디자인 혁명을 일으켰다. 그의 초상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맥킨토시의 디자인제품들로 채워졌다. 빌 게이츠는 이진법을 세상에 퍼트린 강력한 지도자로 0과 1의 숫자가 그의 피부를 뒤덮는 것을 허용했다. 원근법, 수학적 비율, 인체해부 묘사 등 절대적인 천재인 다빈치의 필체와 드로잉은 말이 필요 없다. 또한 혼다 소이치로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은 그를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로 만들었다. 이처럼 초상은 그 인물의 행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의 컴퓨터 조수는 지시받은 대로 수많은 선을 긋는다. 그 선들은 서로 꼬이지 않게 중첩되면서 조화롭게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다음으로 두 개의 형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아시스 빙산섬이다. 빙산섬과 오아시스의 섬은 작가의 말에 의하면 고립된 한국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은 같은 섬인데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많은 동물들과 전쟁기계가 한데 어우러져 기이한 버섯구름 형상을 드러낸다. 화면에서 동물들과 전쟁을 위한 살상무기는 거대한 원자폭탄처럼 한꺼번에 솟아오른다. 여기서 짧게나마 장우석의 의도를 확인하자. 먼저 네 명의 인물 초상은 표상주체와 대상사이의 연결고리가 일대일 대응을 이룬다. 즉, 인물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두 번째 섬과 버섯구름의 경우, 표상주체와 대상사이에 간극이 있는데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승부수를 던진다. 바로 대응관계의 틀을 깨뜨리는 것이다. 더 이상 이미지는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장우석의 음모는 바로 이지점에서 활기를 띤다. 왜냐하면 앞으로 그의 조수가 손맛 좋고, 위트 있는 플롯들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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