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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속으로 들어가 풍경읽기

박영길의 작품은 풍경과 마주친 다양한 인간행렬의 포즈를 붉은 톤의 화면에 보여주면서 풍경속의 현실을 바라본다. 화면에 나타난 인물은 아이와 함께 소요하거나, 맘모스 혹은 코뿔소와 같은 알 수 없는 물체형상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작가의 감정을 비유적으로 등장시킨다. 초본식물의 거대한 위용은 위협적인 모습으로 번성하지만 현실의 행렬은 지극히 평화롭고 정관적이다. 대지의 영기를 느끼고 돌아보는 인물군은 때론 코끼리와 같은 바위를 보며 감탄하고 코뿔소처럼 생긴 수풀더미의 무심히 바라보지만 행렬은 이어서 계속된다.
이전 작품에서 연속으로 이어진 장대한 행렬의 인간군상은 연속성에 대한 작가의 집착을 반영한 것이라며 금번 작품에서 보이는 풍경속의 인물군상은 거대한 자연속의 대기감, 바람의 느낌, 햇볕의 양감이 자연스럽게 부각된 가운데 보다 자유로운 인물의 배치, 공간속에서의 현실감을 이상화하였다. 이런 이상화된 현실공간에 대한 세부묘사는 현실의 풍경을 보다 섬세하게 세분화하여 묘사하고 주변의 인물을 배치하면서 관념을 재조정한다. 여기서 나타난 풍경은 산수준법의 형성에 의한 관념을 최대한 가라앉히면서 현실의 공간감을 심미적 풍경으로 전환시킨다.
작품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전체적인 붉은 색조 때문인데 대지의 황토색 정감이 전체화면을 감싸면서 시공을 일원화했다는데 있다. 박영길이 선택한 화면은 동양화의 시공을 현재로 일원화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풍경을 들여다본 후 이 풍경을 거닐 적절한 인물을 재배치하여 현실경이면서 이상경을 만들어 놓는데 있다. 실제로 그러한 곳에 살면서 거리와 보폭, 시간의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현실의 소요경을 만들어 빈 공간을 활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이상향이 되겠지만 그 어떤 불완전한 공간이라도 비약시킬 상상력이 있기에 공간은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시간이다. 박영길이 보여주는 상상력은 현실의 필터로 걸러진 시공간, 현실의 보폭으로 거니는 시간과 공간속의 인물이다. 관념산수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인간이 다가설 수 없는 장소와 경지를 포함한 특정의 사고들이었다고 한다면 그러한 관념들은 축적된 오래된 문화적 관습의 기호를 갖고 있기에 현실이면서 현실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박영길은 관습의 기호를 평면화 시키면서 좀 더 세밀한 산수 형태, 들판, 숲속, 오솔길을 재현하면서 현실이 개입된 시공간속에 인물들을 배치하여 산수에 대한 신비감을 현재로 이동시킨다.
박영길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골격의 구조를 전통이 부여한 준법의 필치로 보다 충실히 따르면서 보다 세분하게 분할하여 치밀하게 묘사하고 공간을 일원화 하여 선조와 공간을 살려낸다. 고요한 자연에 이종의 관념을 상기시키는 육중한 무게를 가진 형상도 그의 풍경속에서 소요경의 균형을 이룬다. 이러한 안정된 화면 연출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을 읽으며 현실의 관념을 전개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당분간 이 풍경은 지속될 것이다.

류철하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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