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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회화는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도시와 자연의 풍경화다. 그러나 형상으로서의 풍경이 아닌 단순화되고 기호화된 것으로 이미지가 밀리거나 중첩되어 보이는 그림이다. 작가는 그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늘 다니던 길(Driving1, Driving2), 그 옆에 세워둔 자동차(Yellow car-4), 창문을 통해 보는 앞의 아파트들(Seokyoung 2-2), 하늘의 구름(Cloud)이라는 주변풍경과 물통에 담겨진 맥주병들, 배달된 피자박스 등 사람과의 관계를 암시한 일상의 단편적 장면들을 그린다. 한 개의 선택된 이미지는 마치 조각난 거울에 비춰진 것처럼 혹은 기억의 연상 장면처럼 작은 파편으로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있다.

정재호가 그려낸 것들은 지각되고 바로 형상화되면서 기호화시킨 이미지와 이미 그려짐으로 과거로 흘러가버린 혹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기억 속에 연상되어진 것들이 조합된 문화적이면서 도시적인 회화다. 그것은 카메라셔터를 누른 듯 순간적으로 인지한 감각과 오랫동안 관찰되고 성찰되어진 지각이 함께 표현된 작업으로 객관적이면서 주관적 요인을 모두 담고 있는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지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순간에 포착한 일상적 풍경은 평면의 단순화된 이미지로 하나의 기호로서 풍경을 탈피하며 언어로 말을 하고 있다. 평면적이며 단순한 도식적 풍경은 피자(Flyer)나 맥주 (Beer2-1)의 상표문구와도 같은 기호로 평준화된다. 그리고 의도적인 직선으로 더욱더 실제라는 균형이 깨지면서 회화의 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그림은 시각적 떨림을 만들어내고 시간을 공략해 공간을 깨뜨려나가 무한한 자유영역인 색면추상이라는 시적상황이 되어버린다. 구름(Cloud), 자동차(Yellow car-4), 병(Beer2-1)이라는 실제이미지는 빠르게 수집된 혹은 기억 속에서 착시되고 왜곡되어 지각된 것들의 합체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침저녁 때에 따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환영으로 시간을 더한 과거의 형태까지도 개입된 것이다.

정재호의 이전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벽면 자체를 선으로 테이핑하면서 빠르게 묘사된 기호 세계는 지금 붓 칠로 그려낸 면 중심의 회화로 복귀되었다.
그러나 사각 틀 안의 회화는 상호간의 설치에 의해 실제로 생긴 틈이란 선으로 바깥 세계 역시 회화의 세계로 확장되었음 보여준다.

정재호의 회화는 선과 형태로 드러난 상징성으로 마치 그림이지만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듯하다. 보이는 풍경과 반대로 비친 풍경, 의도된 선으로 파편화된 이미지는 반복 스캐닝되어 분석적이며 디지털적 사유를 뿜어대고 있다.
이미지는 마침내 이미지로서만 작용되고 완전히 회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 선, 면 색채의 조합으로 추상적이 되고 만다. 정재호의 풍경 속 요소들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으나 그 아이콘의 형태를 선으로, 중첩으로, 파편으로, 흩트려 결국 감정의 골로 빠져들게 한다. 정재호는 감성마저도 매우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였고 결국은 그것을 끌어내었다.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프로세스로 혼란스럽고 규정되지 않은 범주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제 그를 둘러싼 세상에서 그가 느낀 순간적 감정과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통해 경험한 내면을 동시에 표현한 인간과 세계에 모두에 관한 미메시스라고 본다.

김미진 /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 홍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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