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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불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한계점에 가까워질수록 긴장은 고조된다. 머리는 아찔하고 폐부는 저릿한 통증을 타전한다. 마침에 펑 터져버렸을 때, 풍선을 불었던 이의 내부에서도 무언가가 함께 폭발한다. 비로소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마침내 자유다. 막 껍질을 벗은 자유는 무중력의 우주를 유영하듯 움직이는 색층 ‘형상들‘이다. 그를 구속하는 유일한 대상은 사각 캔버스다. 홍수연의 작업은 캔버스와 형상이 이루는, 미묘하게 엇갈린 관계에 놓인 구조가 갖는 팽팽한 수축과 극도의 이완이 교차하는 충돌의 세계다.

 

구름, 물고기, 물웅덩이, 빙산, 어머니의 유방처럼도 보이는 추상적 형태는 캔버스를 가득 메운 단색조의 면과 서로를 향해 놓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화폭을 앞에 두고 바람직한 거리 만큼에 멈춰 선다. 물리적인 거리에서 벗어난, 관람자마다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심리적 거리다. 감성적인 색채를 층층이 겹쳐 독특한 색감을 창출하는 모노크롬 회화작업을 선보여온 서양화과 홍수연, 작가의 작업은 속도와 농도를 맞춰가며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시간을 쌓는 일이다. 색층 하나를 붓고 쌓을 때마다 작가는 캔버스를 당겨가며 물감의 무게 때문에 가라앉는 중간부를 끌어 올린다. 하나씩 색층을 쌓을 때마다 필요한 휴지(休止)의 시간, 비로소 작가가 캔버스를 평행상태로 내려놓고 기다리는 시간도 한 겁(劫,kalpa)을 차지한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작품과 마주하며 떠올린 어떤 이미지를 포개어놓을 것이다.

 

신비로운 색감으로 이워진 색층은 두텁게 얼어붙었지만 그 아래 흐르는 강물의 움직임은 정지된 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생동한다. ‘그리는’것이 아니라 물감에 각기 다른 양의 피그먼트를 섞어 ‘부어’ 만드는 반투명 형상은, 캔버스를 이 쪽 저쪽 기울여가며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드는 형태다. 우연에 기댄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오해다. 작가는 캔버스를 채우는 단새조의 컬러와 색층으로 이뤄진 형상들의 중첩과 겹침, 컬러와 형태, 조형과 구조를 치밀하게 계산한다. 미미하게 우연이 개입할 수는 있지만, 홍수연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더욱 화폭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치밀하게 통제하고 조절해왔다. 마치 원석을 깎아 ‘어떤 형태’의 다이아몬드를 재발견해내는 장인처럼 말이다. 홍수연은 정확하게 답이 없어 보이는 형체를 계획하고 쌓아 빛나는 색층을 길어 올린다.

장남미 / JJ magazin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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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_042 백화점이라는 전시공간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 작품들입니다. 멋진 집이 있다면 소유하고 싶은 작품... 2010.09.28 17:41:44
slrzns 이런 분위기의 전시를 좋아하는데 왜 몰랐을까요,,잘 보고 갑니다. 2010.09.28 17: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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