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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등장 이후 순간의 포착이자 현실의 즉각적인 반영이라는 사진의 특성은 예술가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에 따라 회화는 표현과 기법에 있어서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경향 너머 대상의 근원적인 본질을 끄집어내거나 혹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회화적 표현의 독창성을 담보하려는 경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사진의 제작방법과 기술, 그리고 대상을 파악하는 방법은 순수미술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인화되지 않은 상태의 필름 역시 보통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네가티브 이미지로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하게 되었다.
 

네가티브 이미지는 보통의 사진이미지에서보다 대상을 인지하고 파악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려워 보인다. 원래의 색이 전혀 다른 색으로 전환되고 빛과 어둠의 관계가 모호해짐으로써 시각과 주변환경 간의 시공간이 경험적인 인식으로서는 이해되기 힘든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리하여 원래의 이미지가 익숙하더라도 네가티브 이미지는 순간적으로 인식되기 힘들다. 네가티브 이미지는 익히 알고 있는 듯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낯설게 느껴진다.
 

박주욱은 이러한 네가티브 이미지의 특성을 통해 현실이 지니고 있는 또다른 면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사진이 아닌 회화이지만 그는 네가티브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색감의 변화를 사용함으로써 착시효과를 낳는다. 그의 화면은 ‘낯설게 보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하여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혹은 심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풍경을 다룬다. 그러므로 그의 화면은 우리가 보았던, 알고 있는 장면이 더 이상 아니다. 예를 들어 화면 속의 나무는 살아있는 나무로 보여지기 보다는 오히려 죽은 듯 보인다. 박주욱의 나무는 마치 나무의 혼령을 포착한 듯 나무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존재가 된다. 이제 화면은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 찬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표현은 세계를 인지하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을 담고 있다. 그가 표현하고 있는 공간이 어떠한 특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그것이 제대로 보여지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의 화면은 대상, 혹은 공간을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경계의 접점을 표현하고 있다. 공간은 작가가 살고 있는 바로 물질세계이기 때문에 작가는 그 한계를 초월하여 순수한 본질을 표출하려 한다. 그러므로 화면은 공간에 대한 작가의 가장 직접적인 경험과 인식이 발현되는 경로이다.
 

그런데 박주욱의 화면은 마치 순간 정지된 듯하지만 그 속에는 공간과 빛의 변화가 내재하고 있다. 공간을 관통하는 빛과 공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개체들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은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인해 가시화된다. 낯선 색채의 미묘한 긴장감으로 인해 화면 속 공간이 변화하고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물질과 비물질의 한계를 넘어선 현실과 상상이라는 이중적인 세계의 조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가시적인 피사체만을 포착하게 마련인 사진과는 달리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회화적 표현에 의한 것이었기에 가능했다. 박주욱의 네가티브 이미지가 대상의 부정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그의 ‘낯설게 만들기’를 카메라의 렌즈로 포착한 피사체의 투영과 같이 단순한 재현에 의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그의 작업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현실의 직시가 아니라 대상을 향한 작가의 정서적 반응과 끊임없는 정반합적 사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현실의 외연과 내포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의 작업은 현실의 외연과 내포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동시에 포착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한 그의 작업은 앞으로도 새로운 스펙트럼을 지닌 화면을 창조해낼 것이다.



류지연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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