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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미술대학에 다니다보면, 자그마한 드로잉 북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뭔가를 끄적이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수업시간 그들의 보물책은 보통 펼쳐져있기 마련이므로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꼼꼼하게 채워져 있는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 마다 세밀한 디테일이 들어간 완벽한 드로잉 실력은 물론 화면 전체에 펼쳐진 자그마한 텍스트와 적절히 끼여 들어간 두들링으로 드러나는 탄탄한 구성력... 두말할 것 없이 우리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곤 했다. 안두진이 항상 드로잉 북을 끼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그때 그 시절 그 학생들이 연상되었다, 일상이 항상 드로잉과 맞닿아 있는 그들은 보이는 대로 그리고, 생각나는 것들을 적고, 여백 공간은 두들링으로 채우고 해서 순간순간 벌어지는 일들을 바로바로 지면위로 정리 정돈하는 버릇이 있는데, 손에 붙은 이러한 습관이 바로 작가 안두진이 ‘이마쿼크’라는 개념을 창조하게 된 시초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마쿼크와 채플핑크

작년 안두진의 포트폴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요란한 색상과 화려한 구성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왠만한 논문을 방불케 하는 작가노트를 보고서야 비로소 작업의 밑바탕에 논리적으로 적립된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두진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회화에 도입하여, 이미지의 최소단위라는 의미로 2001년도 ‘이마쿼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는데, ‘이마쿼크’라는 말의 어원은 Imagine에서 Ima 라는 어두와 물질의 최소단위를 지칭하는 Qaurk라는 단어를 합성시켜 만들어내었다. 그 후 작가는 여러 가지 소스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드로잉을 하고 이를 통해 이마쿼크들을 만들고 그 이마쿼크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게 된다. 평면을 뛰쳐나온 이마쿼크들의 자가 번식하는 듯한 공간설치작업을 통해, 그가 창조해낸 이마쿼크의 실험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러던 것이 2005년 작품 ‘채플 핑크’를 기점으로 형태상에 있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채플핑크는 교회 건축물 모형에 현란한 이마쿼크들로 그 외형이 장식된 작품으로 이마쿼크들이 공간 안에서 부유하던 이 전의 작업들과는 달리 구체적인 구조물에 응축적으로 덧입혀졌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채플핑크는 성스러운 것과 코믹스러운 것의 상이한 만남을 통해 내 스스로 가지는 의문에 대해 짚어보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가볍고 조야한 이미지들이 교회건축에서 비롯된 성스러운 구조물에 덧입혀졌을 때... 중략... 다른 맥락의 상황이 한자리에 일어나는 것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중략... 그 낮선 느낌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고 그 느낌이 바로 내가 의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중략.. ‘Saint Brain Temple’은 채플핑크의 연장선상에서 채플핑크 건축물 내부로 그 서사적인 이야기를 꾸며보고자 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Saint Brain Temple

신을 벗고 관람하는 이번 전시 ‘Saint Brain Temple'은 크게 앞방 전체의 천정을 덮고 있는 ’열락(Rapture)’이라는 제목의 거대한 천정화와 중간에 설치된 아치형의 문을 통과하여 다홍색으로 칠해진 뒷방 정면에 붙은 ‘최후의 경기(The Last Game)’이라 명명된 작은 제단화로 이루어져 있다. 브레인 팩토리의 사이즈와 생김이 개인 채플과 비슷하다는데서 착안된 천정화의 모티브는 바로 로마의 '성 이냐치오 성당'(The Church of Saint Ignatius of Loyola)의 내부 천정화였다. 작가가 여행지에서 종교 건축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람하는 이유는 아마도 모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일상에서 절대자를 체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당이나 교회, 불교 및 힌두 사찰등 각 종교의 건축물들은 예로부터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마음의 평안을 찾고자 하는 이에게 종교 건축물과 그 안의 미술장식이 주는 심리적 효과는 가히 절대적이기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집‘을 짓는 것은 모든 종교집단의 숙원이었다. 작가는 종교사원에서 아름다움을 초월하는 ’숭고함‘을 느꼈고, 이것은 특정 종교를 떠나 공통적이었으며, 이러한 느낌을 이번 전시 ‘Saint Brain Temple'통해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을 숭고한 장소로 변모시킴으로 하여, 그가 지금껏 실험해온 이마쿼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자 한다고 피력하였다.

 

최후의 경기(The Last Game)와 열락(Rapture)

 

브레인 팩토리 공간의 정면에 붙은 작은 제단화의 제목은 ‘최후의 경기(The Last Game)’이다. 이미지의 구도는 비잔틴과 고딕스타일을 거쳐 르네상스에 이르는 종교미술의 천국과 지옥을 묘사하는 제단화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수직분열기법을 사용하였다. 삼단으로 나뉜 이 작품의 상층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채플에 있는 ‘최후의 심판’에서, 중층은 지오토의 아레나 채플의 ‘최후의 심판’에서, 하층은 치마부에의 제단화에서 각각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상단에 위치하는 icon안에 묘사된 절대자의 모습, 삼단의 내용이 각각 서로 다른 상황을 묘사하는바 상하로 서로 교류하지 않는 등의 형식은 전통적인 제단화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하지만 재밌게도 ‘최후의 경기(The Last Game)’의 구체적인 내용은 스포츠 경기장이다. 시기적으로 지난여름 월드컵의 열기 속에 작품을 제작했기 때문인지 온 나라 국민을 한뜻으로 만드는 스포츠의 힘을 보며 작가는 ‘숭고함’을 느꼈다고 한다. 성스러운 제단화의 이미지에 스포츠의 이미지를 오버랩 시킴으로 해서 작가는 ‘숭고함’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앞방에 설치된 천정화의 제목인 ‘열락’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이승의 욕구를 초월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영어로는 ‘Rapture’이라 명명되었는데 이는 ‘광희’를 뜻하며 기독교에서 휴거되어 공중에서 재림한 예수님을 만날 때의 기쁨을 지칭한다. 이 두 단어는 동일 단어는 아니지만, 상이한 두 종교에서 극도의 정신적인 만족감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또한 이 두 단어가 같이 쓰임으로 해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 특정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안두진이 그려낸 천상의 나라는 중앙이 뻥 뚫어진 구조의 웅장한 건축물이 사방으로 둘러싸여진 가운데 꿈틀꿈틀 소용돌이치는 먹구름을 헤치고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과 그 위로 뭉개 뭉개 피여 오르는 무지개 빛 구름 사이로 날아오르는 천사들과 그들을 지키는 날개달린 짐승들의 모습이다. 하늘로 수직 상승하는 구조와 날개달린 천사들이 내려다보는, 혹은 날아오르는 모습은 종교 건축물의 천정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검정 라인 드로잉 안에 원색으로 입혀진 이마쿼크들은 마치 오방색을 사용한 단청이나 탱화를 연상시키지만 이는 작가가 색을 사용할 때 물감을 색깔별로 만들어 형태 안에 색을 채우는 버릇으로 인해 비롯된 결과물로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불교 사찰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을 표현하는데 일조하였다.

밀도있는 페인팅 두개로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을 작은 채플로 만들어낸 이번 전시 ‘Saint Brain Temple’은 그가 지금껏 해왔던 이마쿼크의 집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의 실험에 연장선상에 있다. 여러개의 캔버스를 연결시켜 완성시킨 거대한 천정화의 웅장함과 바늘 들어갈 틈도 없어 보이는 세밀한 제단화, 이를 구성하는 응축된 이마쿼크들의 탄탄한 구성, 그 안에 도색되어진 형형색색의 이마쿼크들로 인하여 발생하는 폭발하는 에너지를 내재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안두진이 만들어 낸 ‘이마쿼크들의 집합이 만들어낸 현대적으로 해석된 숭고함’과 색다른 만남을 하게 될 것이다.

오숙진 / 브레인팩토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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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jsqls 기법도 좋고, 무엇보다 작품전시를 다시한번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10.09.29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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