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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9. 지구를 지켜라. 1회 개인전에서 작가는 유년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 중 마징가 제트를 차용한다. 마징가 제트의 무쇠 옷 그대로를 모형으로 만들어 직접 착용하고 사진으로 찍는 식의 자기연출사진을 시도한다(그 자체가 코스튬플레이어 곧 캐릭터분장놀이에 연동된). 각각 사진과 조각설치로 나타난 이 작업에서 작가 자신과 함께 동료들이 연출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일종의 영웅이데올로기에 반응하는 한편, 자신과 마찬가지로 대중매체 속 캐릭터에의 경외감을 유년의 기억으로서 간직하고 있는 한 세대의 문화적 풍속도를 드러낸다.

이후 작가의 작업은 형식적인 면에서 사진과 조각설치를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때 사진과 조각설치는 서로를 보충하기도 하고 이질적인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작가 자신이 직접 작업의 한 부분으로서 등장하는 식의 자기연출사진은 1회 전시가 유일하지만, 이후 작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연출을 통한 극적효과(마치 연극을, 상황극을 보는 것 같은)는 1회 전시에서 이미 그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2. 어떤 것과 어떤 것(2003), 혼성소자(2004), YS Entertainment Co(2006). 각각 어떤 것과 어떤 것, 혼성소자로 나타난 주제로부터 유추해볼 때 이후 작가의 관심은 이질적인 것들 간의 우연한 관계와 결합으로부터 파생되는 의외의 의미효과에 맞춰진 것 같고, 크게는 존재론으로부터 의미론으로 나아간 것 같다.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에서 볼 때 자신의 이름의 머리글을 딴 유희공장(YS Entertainment Co)에서의 유희의 의미는 말 그대로 유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차이 나는 의미들(혹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의미들)에 주목하는 식의 소위 의미론적 유희로 읽힌다. 그 밑바닥에는 의미와 관련한 모호한 경계(혹은 실제를 개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실제와 의미와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깔려있으며, 이런 모호한 경계에 대한 인식은 사실상 작가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그리고 후기작업으로 갈수록 더 심화되는 핵심논리가 되고 있다.

2003년 전시 이후부터 작가의 작업에는 영웅도, 그리고 그 영웅을 흉내 내는 작가도 더 이상 등장하지가 않는다. 이후 작업에서 영웅은 일종의 우의화된 각종 동물 캐릭터로 대체되며, 그 캐릭터마저도 더 이상 그 이면에 영웅이 투사되는 식의 대역을 떠맡지는 않는다. 예컨대 개, 오리, 생쥐, 고양이 등의 동물모형을 만드는데, 실제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정형화된 캐릭터에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캐릭터와 일치하지도 않는, 좀 과장되게 말해 정체불명의 애매모호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 대략적인 전개양상을 보면(그 나타나는 순서가 실제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동물모형을 현실의 자장 속에 세팅한 장면 그대로를 사진으로 찍기도 하고(여기서 현실은 동물모형을 위한 배경화면으로서 기능하며, 동물모형이 어떤 정경 속에 배치되는가에 따라서 사회학적이고 미학적이고 의미론적인 다양한 의미의 갈래를 파생시킨다. 결국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배치에 다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 곧 배치가 의미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형식적인 면에서 현실 속 장면과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모형이 하나로 중첩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실사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킨다), 동물모형만을 따로 전시하기도 하고(그 자체가 일종의 상황극을 연상시키는), 동물모형이 삽입된 현실 속 모티브를 조각으로 제작해 동물모형과 함께 세팅하기도 하고(현실 속 모티브를 조각으로 제작한 것이란 점에서 일종의 재 제작된 레디메이드를 실현해놓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본과 사본, 실제와 이미지 혹은 오브제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각각 현실 속 장면을 찍은 영상과 동물모형을 따로 제작해 중첩시키기도 한다(여기서 동물모형은 영상에 비해 오히려 더 뚜렷한 실제감을 얻음으로 인해, 실제와 이미지 혹은 오브제와의 관계가 전복된다).

동물모형을 매개로 한 일종의 상황극을 연출해 보이는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동물모형은 유비적 의미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고, 모본과 사본, 실제와 이미지 혹은 오브제와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론 아예 그 관계를 전복시킨다. 이로써 정통적인 우의화를 대리하기도 하고, 의미론(실제와 재현, 실제와 의미와의 차이에 연동된)에 연장되기도 한다. 그 이면엔 모호한 경계(의미들이 산종되는 지점)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3. 2007. 선상에 서다. 여기서 선상이란 아마도 경계 위를 말하며, 이로써 자신의 작업이 경계에 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를 재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5회 전시에서 작가는 하늘을 나는 동물모형을 보여준다. 개를 연상시키는 날개 달린 동물모형을 통해 불투명한 경계에 대한 인식을 극대화한 것이다. 사물의 됨됨이에 대한 선입견을 문제시하는 한편, 일종의 이종과 변종에 대한 것으로 작가의 관심이 확장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와 함께 이 전시에서는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적어도 외관상) 작업을 엿볼 수가 있는데, 흰색으로 칠한 나뭇가지를 관절처럼 연이어 연결해나가는 과정과 방법을 통해서 동물형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처럼 동물형상을 재구성한 것이지만, 그러나 그 동물형상의 실체는 현저하게 모호해진다. 우선 눈에 띄게 증폭된 크기도 크기지만, 이렇듯 모호해진 형상이 드러내는 차이가 두드러져 보인다. 전작에서의 동물모형은 비록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닮았지만 여하튼 실제와의 연관성을 상당부분 간직하고 있었다면, 이 전시에서의 동물모형은 동물모형을 주요 소재로서 다뤄온 작가의 전력이 아니라면 동물모형임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실제와의 연관이 최소한으로만 암시되고 있다. 더욱이 고무스펀지를 깎아 만든 모형의 표면에 분홍색 에폭시로 코팅한 자잘한 꽃잎을 나뭇가지에 덧붙여 동물성과 식물성의 경계마저 흐려놓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일종의 꽃강아지(꽃으로 치장된 강아지), 꽃미사일(그 그림자는 심지어 작가의 초기 작업에 나타난 마징가 제트의 두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꽃집, 꽃손 등의 모형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 모형은 꽃강아지이면서 동시에 꽃강아지이 아니다(다른 경우도 마찬가지). 전작에서의 모형의 의미(적어도 그 형태에 관한한)가 상당할 정도로 닫혀있었다면, 근작에서의 모형의 의미는 열려 있다. 더욱이 무한정 확장되고 변형될 수 있는, 사실상의 비결정적인 구조적 특질이 그 의미를 걷잡을 수가 없이 열어 놓고 있다.


4. 2008. 경계 흐리기. 6회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모호한 경계에 대한 인식에 연유한 것임을 아예 주제로서 드러낸다.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구상되고 실현된 일련의 작업들에 바탕을 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각종 대중매체로부터 특정의 이미지를 발췌하고 변용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사실상 대중매체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작업 전체에서, 특히 초기 작업에서 지배적이다). 주로 신체 이미지를 발췌하고, 이를 최소한의 실루엣 형상으로 축약 표현한 것을 문질러 그 경계를 흐릿하게 해 추상화시킨다. 사실상 추상화는 모호한 경계에 대한 인식에 바탕을 둔 작가의 작업에서 이미 예견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작가의 작업이 완전한 추상화에 이른 적도 없고, 이르지도 않을 것이다. 작가가 염두에 둔, 혹은 작가의 작업에서 유추되는 추상화의 의미는 실제와 의미와의 차이에서 파생되는 것이며, 그런 만큼 항상 알 수 없는 어떤 긴장감을 파생시킨다. 나아가 추상은 발췌(인용)로부터 생성되는데, 하나의 이미지가 속해져 있던 타자와의 관계의 맥락으로부터 떼어져 나와 그 자체가 자족적인 존재로서 제시될 때 추상은 발생한다.

개와 소주병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작업(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소주병 대신 와인병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추해 볼 때, 그 자체를 지역적 특수성과 연계된 아이콘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에서 작가는 기왕의 작업에서 시도되어졌던 경향성, 이를테면 동물모형을 캐릭터로 내세워 일종의 서사를 암시하던 경향성을 본격화한다. 개 모형을 007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적당한 장소가 나타나면 그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혀진 사진 속 개 모형은 온갖 현실 속에서 술에 취해 대자(大)로 널브러진 포즈를 연출해 보인다. 한적한 공원이나 강변에서 유유자적하기도 하고, 멀리 재개발현장이 바라다 보이는 잡석더미 사이로 마구 웃자란 풀을 이불삼아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사실, 유유자적하거나 망연자실한 것은 사람의 입장이고 관점인 것이지, 개(개 모형)의 관점을 누가 알랴. 결국 의미란 사람의 관점과 입장인 한에서의 의미인 것이며, 그 관점과 입장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의미는 차이(차이 나는 의미들, 다른 의미들)로 변질되고 만다.

고충환 / 미술평론

 




상쾌한 새벽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전신을 휘어 감는다. 현실을 너무 사랑하기에 미워할 수 없다. 주체할 수 없는 이성에 때론 환각과 망각의 늪에 의지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새벽의 기운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개와 ㅇㅇ병

날이 밝아 왔다.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어딘가에 있는 TV리모콘을 찾는다. 어제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를 찾아본다. 이런저런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그저 무료함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오늘도 난 변함없이 TV라는 상자를 마주보며 하루를 스쳐간다. 갈증이 난다. 길 건너의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냉장고 속의 많은 종류의 음료수를 본다. 술,커피,탄산음료,쥬스,물... 이것들 중 어떤 것이 오늘 나의 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개 이야기- 커다란 귀와 귀여운 몸집의 개는 달리고 또 달린다. 매우 지쳤는데, 그래도 남은 힘을 소진하면서 열심히 달린다. 이리저리 나의 시야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너무 많이 지쳤는지 쓰러진다.

ㅇㅇ병 이야기- 트럭을 타고 ㅇㅇ병은 스피드를 즐긴다. ㅇㅇ를 가득 채우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그간 수많은 여행. 오늘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커다란 흔들림이 있은 후 트럭은 멈추고, 트럭기사의 도움으로 여행의 여독을 풀려고 시원한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2일 후 ㅇㅇ병은 어딘지 모르는 곳에 서있다.

개와 ㅇㅇ병,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같은 장소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의 모습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한마디로 함축하여 말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함께 이해하고 느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아니 한편으로는 누구나 동일시 될 수 있다. 어쩌면 나 아닌 누군가가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거대 도시 속의 생활 과 전원 속의 생활은 분명 다른 시각차이를 가지고 있다. 시각의 차이는 시간의 차이로 느껴질 수 있고, 동시대의 시간적 차이 이다. 현실에서 삶의 상황과 상황이 분명 시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와 자연의 시간적 시각적 흐름은 분명 차이가 있고 그러한 경계의 지점은 복잡, 미묘한 차이를 동시에 가진다. 물리적 범위에서 또한 거리의 차이는 인간 문명 혹은 문화의 차이를 가지면서 시간의 격차를 만들어 간다. 각 배경 속에 동일 오브제의 상황은 같지만 다른 미묘한 느낌을 보여준다. 현대의 매체의 생산은 더욱 이런 차이와 같음을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드라마, 영화 등 각 매체의 결과물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 없이 분출 되고 사람들에게 흡수 된다. 일상에서 겪는 모호한 경험과 모호한 조작을 보여줄 뿐이다.

박용식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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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zns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네요. 2010.09.29 12:04:45
phs1972 제 블로그에 올려져있는 여행사진같다는... 어디까지 가실건가요? 2010.09.19 13:48:54
jejette 개가 너무 귀여운것같아요 ㅋ 2010.09.14 18: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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