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주는 극사실적 기법으로 꽃이나 문자 등을 그린 그림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글자나 도상들로부터 작품을 시작하고 이러한 이미지들이 다양한 장소와 맥락에서 폭넓게 읽혀지길 기대한다. 그가 선택한 꽃이나 문자의 도상들은 그 이미지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일수록 더욱 다양한 함의로 읽혀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그가 그린 연꽃이 실상 불교와 관련된 도상일지라도 그것이 겔러리나 여타 장소에 전시됨으로써 기존의 종교적 의미는 상실된다. 다양한 문화적 장소, 시간, 사람들과 만나면서 단지 도상적 이미지만 차용하였을 뿐, 본래의 도상의 함의는 상실되는 것이다. 그림의 의미는 그림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그림들이 놓여진 공간, 그림과 그림의 관계, 보는 자의 맥락 속에서 경험되어짐과 동시에 의미가 생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작가는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