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은 자유로운 붓터치와 강한 색채, 도시의 사진과 드로잉 등의 꼴라주를 통해 우리의 주변을 그만의 감성으로 담아낸다. 회화작업에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빠르고 적극적인 필치로 표현하여 큰 화폭을 차고 넘치는 강한 에너지의 다차원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 이후에는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지루하며 위태로운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관찰자의 위치에서 조망하게 된다. 다양한 직업의 군상들과 건축물들이 존재하는 도시환경을 촬영한 사진에서 출발하여 이미지의 외곽선을 겹치고 흔들어서 드로잉한 뒤 다시 지우고 이미지를 넣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풍경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꽉 짜여진 건축 공간들 속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채 어우러져 있는 흐릿흐릿한 군상들과 멀리 보이는 하늘을 통해 그들의 희망과 불안감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